93곳 구멍 뚫어 유속 느린 곳으로 수중 이동…1년·1천억 소요
  • ▲ 세월호 선체 외부 3차원 고해상 정밀탐사 결과.ⓒ해양수산부
    ▲ 세월호 선체 외부 3차원 고해상 정밀탐사 결과.ⓒ해양수산부


    침몰한 세월호 선체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검토된 가장 안전한 인양방법은 누워있는 세월호를 살짝 들어 맹골수도보다 유속이 느린 동거차도 인근으로 옮긴 뒤 해상 크레인과 플로팅 독 방식을 조합해 선체를 바로 세우지 않고 통째로 들어 올리는 방식이다.


    인양은 해양 기상상태 등이 변수지만, 인양 기간은 1년쯤 비용은 1000억원쯤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해양수산부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특별조사단(TF)은 10일 인양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검토한 결과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기술검토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TF에서 제안한 방법은 누워있는 세월호를 바로 세우지 않고 선체 측면에 93개의 구멍을 뚫어 와이어를 선체 내부의 튼튼한 구조물에 연결한 뒤 2대의 해상크레인으로 3m쯤 들어 올려 유속이 느리고 수중 시야가 좋은 수심 30m 지점으로 옮겨 인양하는 방식이다. 인양은 물속에 넣은 'U'자형의 플로팅 독에 세월호를 올린 후 플로팅 독을 부양해 이뤄진다.


    플로팅 독은 해상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 고안된 바지선 형태의 구조물이다. 안에 물을 채우면 가라앉고 물을 빼면 떠오른다. 육상에서 만들어진 배 조각을 플로팅 독으로 가져와 조립한 뒤 플로팅 독을 바다에 가라앉혀 완성한 배를 바로 물 위에 띄우는 원리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플로팅 독은 최대 24m까지 가라앉을 수 있고 최대 8만t까지 부양할 수 있다. 길이 335m, 폭 70m로 세월호(145.6m·22m)를 싣기에 충분하다.


    관건은 선체를 플로팅 독에 정확히 올려놓는 것이다. TF에서 세월호를 조류가 느린 동거차도 인근으로 옮기는 이유다.


    박준권 해수부 항만국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선체를 끌어올릴 때 와이어와 연결된 선체 일부가 당기는 힘을 견디지 못해 파손이 예상된 만큼 부분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며 "선체의 휘어짐으로 선체가 절단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예측됐으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더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해상 크레인과 플로팅 독 방식을 조합하는 방법이 다른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실종자 유실·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다만 세계적으로 맹골수도와 같은 해역에서 세월호 규모의 여객선을 수중에서 통째로 인양한 사례가 없고, TF에서 제안한 구체적인 방식을 적용한 사례가 없어 인양작업 과정에서 예측지 못하는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와이어와 선체의 연결지점인 인양점에서 견디는 힘이 다소 약할 수 있고 낡은 세월호의 부식 가능성도 있어 인양점 파괴로 말미암은 2차 사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TF 설명이다.


    TF팀장인 이규열 서울대 명예교수는 "동거차도 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해상크레인 2기와 플로팅 독을 조합해 침몰 위치에서 그대로 측면 인양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경우 20m쯤을 들어올려야 한다"며 "예측지 못한 사고로 선체가 추락할 경우 파손 우려가 크기 때문에 수심이 얕은 쪽으로 옮기는 안보다는 우선순위가 낮다"고 부연했다.


    인양 기간은 정상적인 날씨조건이 지속할 경우 1년쯤, 인양비용은 1000억원쯤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인양비용은 수중작업 49%, 장비용선료 23%, 주요 자재 13%, 기타 15%로 구성됐다.


    기상상태가 나쁘거나 인양과정에서 부분적인 실패가 있을 경우 기간은 1년 6개월 이상, 비용은 1500억원 이상, 심각한 기술적 실패가 발생하면 2000억원 이상 비용이 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박 국장은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는 16일 이전에 유가족·실종자 가족에게 기술검토 내용을 설명하고 관련 전문가 의견을 다시 한 번 수렴할 예정"이라며 "이달 안에 최종 기술검토 보고서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제출해 인양 여부를 결정해 나갈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세월호 침몰 당시 모습.ⓒ해양수산부
    ▲ 세월호 침몰 당시 모습.ⓒ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