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매각 앞두고 본인도 입지 다져
  • ▲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이사 ⓒ현대증권
    ▲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이사 ⓒ현대증권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이사가 증권사 대표들의 자사주 매입 대열에 드디어 합류했다. 각자 대표로 취임한지 2년 6개월, 단독 대표로 취임한지 2년 만의 결정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현대증권은 윤경은 대표이사가 최근 자사 보통주 2만주(지분율 0.01%)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윤경은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자사주 매입을 고려해왔다. 그러나 대표 취임 2년이 지나서야 자사주를 매입한 이유는 그동안 현대증권 주가가 임직원들이 매입한 자사주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돼 왔기 때문이다.

     

    윤경은 대표는 직원들과 괴리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로 자사주 매입을 미뤄왔다. 하지만 최근 증권주가 증시 활황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현대증권 주가 역시 3월 중순 이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자사주 매입을 경정한 것.

     

    그는 현대증권 주가가 주당 1만원이 넘으면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고, 1만100원에 자사주 2만주를 매입했다.

     

    현대증권 측은 "윤경은 대표의 지분 취득은 회사 수익 안정성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의 표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윤경은 사장은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안팎으로 비난을 받아 왔다. 특히 증권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던 지난해 주요 증권사 수장들이 책임경영의 의지와 미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윤 사장은 늘 열외였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현대증권이 노동조합과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고, 희망퇴직과 관련해서도 노사간 합의가 더딘 상황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이 나오는 등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윤경은 사장이 증권사 CEO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에 동참하면서 논란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증권의 주가가 14일 종가 기준 1만1400원으로 저가 매수가 아닌 연초보다 약 60% 오른 상태에서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점에서 윤경은 사장의 의지를 업계에 확실히 내비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윤경은 사장 본인으로서도 사내 입지를 굳히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했다. 임기는 3년이지만 현대증권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PE) 측이 임시 주총을 열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에 여전히 거취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있었다.

     

    그러나 이번 자사주 매입을 계기로 본인 스스로 CEO로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