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롯데케미칼 등 셧다운 및 설비 일원화 추진울산산단 3社, 원론적 방안 제자리걸음 갈등만 부추겨경쟁사 감산 기다리는 행태 … 업계 내부 불만 최고조경쟁사 출혈 감수하는데 …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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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수 석유 화학단지.ⓒ연합뉴스
중동 사태로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고 수급까지 막히면서 한국 석유 화학 업계가 벼랑 끝에 섰다. 선도적으로 수출을 줄이고 국내 수급량을 늘리면서 정부의 사업구조 재편에 앞장서는 기업들이 있다. 반면, 경쟁사의 감산으로 반사이익을 노리며 구조개편을 미루는 '무임승차' 기업들을 향한 업계 내부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사업 재편 조율 마무리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 내 눈치싸움이 치열해진 양상이다.20일 석유화학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여천NCC·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 등 4개사는 이르면 이날 이사회를 열고 공장 추가 셧다운과 설비 일원화를 골자로 한 사업재편 최종안을 확정한다.업계에서는 여천NCC 2공장을 멈추고 1공장과 롯데케미칼 설비를 일원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재고분 등으로 대응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주요 사업재편안이 마무리되면 뚜렷한 방향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울산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S-OIL
반면, 울산 산업단지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해 12월 사업재편안을 제출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시한에 쫓겨 개편안을 냈지만 알맹이가 빠져 무임승차라는 비판이 거세다.울산 산단의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S-OIL 등은 산업부에 공동으로 사업재편 계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들이 낸 재편안은 당장의 뼈를 깎는 공장 셧다운보다는 다운스트림 경쟁력 강화와 단계적 NCC 감축 등 다소 원론적인 방향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석화 설비를 대거 늘린 정유계 화학사들이 뚜렷한 즉각적 감축 액션 없이 고통 분담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특히 S-OIL의 경우 하반기 180만 톤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 가동을 앞두고 있어 업계 감산 목표치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경쟁사들이 피 흘려 감축한 자리를 신규 물량으로 집어삼킬 것이라는 우려다. 다만 사측은 "최신 고효율 설비를 끄는 것은 산업 전체의 체질 개선 취지에 맞지 않다"며 맞서고 있어 업계 내 갈등은 깊어졌다.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역시 이미 설비 효율화를 진행해 추가 감산 여력이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손도 안대고 코 풀겠다는 거냐"… 무임승차 기업에 불만 고조선도적으로 설비를 닫아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 버티기에 돌입한 남은 기업들이 고스란히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 탓에 먼저 총대를 멘 기업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구조개편안 참여 기업의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자율 구조개편에 뼈를 깎는 심정으로 가장 열심히 동참하는 게 누군지 업계가 다 알고 있지 않느냐"며 "이제는 노골적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무임승차자가 과연 누구인지 명확히 정조준해야 할 시점"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이어 타 경쟁사들을 겨냥해 "우리(여천NCC 등)가 재편안을 내놓으니 나머지 기업들은 그저 숨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며 "물밑 작업을 핑계 대기엔 이미 한참 늦은 상황이고 다 같이 힘든 상황에서 우리 기업은 출혈을 감수하고 저들은 손도 안대고 코를 풀겠다는 거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
- ▲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서산시
정부는 "먼저 뼈를 깎는 기업엔 확실한 보상"이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석화 재편 1호 프로젝트를 승인하며 2조 1000억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가동했다. 또한 이달 4일 송현주 산업부 산업공급망정책관은 "신속하게 구조개편에 나선다면 대규모 R&D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정부의 전폭적인 당근 제시와 선도 기업들의 뼈 깎는 출혈에도 불구하고 무임승차 기업들은 여전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소수 기업의 일방적인 희생 위에서 반사이익만 챙기려는 꼼수가 계속된다면 K-석화의 자율 재편 동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 1분기 마감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눈치게임에 빠진 무임승차 기업들이 언제까지 침묵으로 일관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