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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기 침체와 업황 부진 속에 고전하고 있는 동국제강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처분한다. 동국제강이 30여년 간 사용하던 본사 수하동 사옥을 재건축 해 둥지를 틀어온 지 5년 만의 일이다.
동국제강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페럼타워를 4200억원에 매각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삼성생명 측과 24일 체결했다. 현재 페럼타워에는 동국제강 및 그 계열사 등이 입주해있으며, 일부는 임대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동국제강 측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선제적 재무구조개선 조치"라며 "매각대금은 하반기 돌아오는 회사채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으로 지난해 말 기준 5500억원 수준이던 동국제강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상품 포함, 별도 기준)은 1조원에 가깝게 늘어났다. 유형자산 처분 이익 등 평가 차익 또한 1700억원 이상 발생하며 207%에 달하던 부채비율도 199%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 중국산 철강재 유입 가속 및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완공 영향 등으로 경영환경에 적신호가 들어온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2012년 착공에 들어간 CSP제철소 건설이 계속되고 있어, 동국제강이 본사 매각없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CSP제철소 사업은 동국제강(지분 30%)이 현지 최대 철광석 업체인 발레(50%), 포스코(20%) 등과 손잡고 총 54억6000만 달러를 투입해 연산 300만t 규모의 용광로를 설치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동국제강 입장에서는 브라질 제철소 사업을 공식화한 2005년부터 10년 넘게 공을 들이고 있는 회사의 명운을 건 사업이기도 하다.
당초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페럼타워 매각 없이도 재무구조개선은 가능하다"며 "유상증자, 생산량 조정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지만 경영환경이 호전되지 않으며 끝내 사옥 매각이 현실화됐다.
올 말 화입을 계획하고 있던 CSP제철소 사업에도 제동이 들어와있는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총 사업비 중 약 30억달러를 한국수출입은행 및 브라질경제사회개발은행 등에서 장기차입 방식으로 마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달 초 마무리됐어야 할 차입금계약이 계속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측은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장 회장이 검찰로부터 횡령 및 원정도박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사실과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