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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지분율 전쟁의 막이 올랐다.
57개 창립회원국들은 27~28일 양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첫 실무협상을 갖고 본격적인 지분율·지배구조 논의를 벌인다. 이미 워싱턴 IMF·WB 춘계회의에서 1차전을 치른 각국은 0.1%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 호주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와도 다툼을 벌이는 우리나라는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차관보를 대표로 한 협상단이 참가했다.
협상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7대 3 비율이 점쳐지는 아시아와 비아시아권의 지분 배분과 역내 국가간의 재배분 문제다.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이 역외국에 대한 배려를 요구하고 있어 당초 배분비율이 조정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지분확대를 목적으로 아시아권 참여국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달러 표시의 GDP 기준과 구매력 기준이 엇갈리는 아시아권 배분도 불투명하다. 인도 호주 등 우리 보다 GDP가 앞서는 국가들이 있는데다 동남아권에서는 본부 유치에 나서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동남아권 국가들도 특별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비중화권 금융선진국인 일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제안했다는 지분에 대한 특별배려와 수석부총재직 제안소식도 떨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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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예상되는 한국의 지분은 두가진 기준을 모두 적용해도 3% 내외에 불과하다. ADB 기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수준으로 당초 2, 3대 주주국에 6% 이상의 지분확보를 기대했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대외경제연구원(KIEP)은 27일 발표한 보고서 'AIIB 추진현황과 한국의 대응방향'를 통해 한국의 지분율은 시장환율과 구매력평가(PPP)환율을 적용한 국내총생산(GDP)가중치로 계산할 경우 3.35~3.93%로 전망했다. 창립 회원국 57개국중 5~9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의사결정에 참여할 비중있는 이사국 지위부여와 부총재직 확보도 만만치 않다. 8개월전 한국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잇단 러브콜을 보냈던 중국은 최근 원칙론으로 돌아섰다. 창립회원국 프리미엄 등 경제력 외에 다양한 요소를 기대하지만 일방적인 구애수준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향후 협상과정에서 한국의 이해를 최대한 반영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은 "설립협정문에 합의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냉랭한 답을 내놓았다. 왕양부총리도 한국이 요청한 상하이 원·위안화 시장 개설 등에 대해 "한국에 기회를 주면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문을 열어줘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이래저래 한국으로선 불편한 구석이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린 지분율 확보가 어렵다면 실리차원에서 부총재직 확보나 실무 금융인력 파견 확대 등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여곡절 끝에 AIIB에 가입한 한국이 당초 기대수준에 걸맞는 지분과 함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지 다시한번 경제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