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美, 中, 日 등 8개국에 기업결합 신청했지만... "경쟁 제한 등 부정적 인식에 철회"
  • ▲ 각 국의 경쟁당국이 공조를 벌여 글로벌 독과점 업체의 탄생을 저지했다ⓒFUSO 블로그 캡처
    ▲ 각 국의 경쟁당국이 공조를 벌여 글로벌 독과점 업체의 탄생을 저지했다ⓒFUSO 블로그 캡처

     

    각 국의 경쟁당국이 공조를 벌여 글로벌 독과점 업체의 탄생을 저지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세계 1위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아이엔씨(AMAT)와 업계 3위인 도쿄 일렉트론 엘티디(TEL)가 지난 27일 공식적으로 합병 계약을 철회해 심사 절차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AMAT와 TEL은 지난 2013년 9월 합병 계약을 체결한 뒤 그해 11월 우리나라 공정위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독일, 일본, 대만 등의 8개 나라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각 국은 두 회사의 결합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 ▲ 반도체 장비업체 순위ⓒ자료=가트너
    ▲ 반도체 장비업체 순위ⓒ자료=가트너

    우리나라의 경우 4조원대의 반도체 장비시장에서 두 회사는 각각 2조와 8000억원씩의 매출을 올리며 70%의 시장점유율을 보여왔다.

    특히 한국 장비업체들의 국산화율이 20%에 불과해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장비 업계로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또 이들로부터 핵심 장비를 사야하는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의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양사는 100여종이 안되는 반도체 장비 중 65종을 생산중이며 이중 36개 제품에서 점유율 40%를 넘게 된다. 특히 디퓨전은 67%, 스피너는 89%까지 점유율이 치솟는다.

    특허 경쟁력도 막강하다. TEL은 1만6000건, AMAT는 1만500건의 특허를 갖고 있어 국내의 중소 장비 업체로선 기술력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고민해야 할 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공정위 등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다급해진 AMAT와 TEL은 자산을 대부분 '장비별  단위'로 매각하겠다는 자진시정을 방안을 제출했지만 공조를 펼친 경쟁당국들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가 27일 중첩 사업 부문의 매각 등 시정조치를 내리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보내자 마침내 두 회사는 보고서 발송 당일 각 국에서 즉각 기업결합을 포기했다. 독과점에 특히 민감한 미국 법무부가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시장의 25%를 차지할 새 회사 탄생이 공정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과점화를 줄곧 견제한 것이 주효했다.

    공정위 선중규 기업결합과장은 "앞으로도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M&A에 대해선 국제 공조 등을 통해 심층적으로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