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등 파이프라인 공급 전환 불구 대한유화 사업 확대 '빈축'탱크로리 운송중 사고 발생시 초대형 참사 이어질 수도
  • ▲ 대한유화 온산공장 ⓒ대한유화
    ▲ 대한유화 온산공장 ⓒ대한유화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화학물질 폭발 사고로 공장 직원들은 물론 국민들까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유화가 대표적인 폭발성 화학 물질인 EO 공장을 신증설 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타 화학사들이 탱크로리 운반에 대한 사고를 우려해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이나, 자체 공장에서 EG(에틸렌글리콜) 생산용으로 소비하는 반면, 대한유화의 경우 타 화학사들이 포기한 부분에 사업을 확대하고 나서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유화는 지난해 말 연산 19만t 규모의 EO/EG 신규 설비 완공 이후 상업생산에 돌입한 상태다.

    울산 지역에서 EO(Ethylene Oxide)/EG(Ethylene Glycol)를 생산하는 것은 대한유화가 처음이다. 현재 대한유화는 품질테스트를 끝내고 울산 및 온산 지역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현재 EG를 생산하고 있으며, EO의 경우 늦어도 하반기에는 탱크로리를 통해 고객사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고위험 물질로 기존 석유화학업체들의 경우 설비 증설은 커녕 외부판매를 꺼리는 상황에서 대한유화가 사업 확대에 나섰다는 점이다.

    단순 공급이 문제가 아니라, 탱크로리(석유, 화학 약품 등 액체나 기체를 대량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탱크를 갖춘 화물 자동차)에 EO를 담아 운송할 경우 자칫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폭발은 물론, 가스 유출로 인한 대형 참사가 불가피하다. 특히 EO의 경우 휘발되지 않고 생태계에 그대로 남는 잔류성도 매우 강하다.

    실제 지난달 17일 여수산단에 입주해 있는 한 계면활성제 제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작업근로자 3명이 부상을 입은 바 있다. 사고 당시 직원들은 계면활성제를 제조하기 위해 탱크로리에 화학물질을 섞는 작업 중이었다. 이때 소량의 EO가 유출돼 3명이 타박상과 흡입사고를 당한 것이다.

    EO는 계면활성제나 합성수지 등 유기화합물 합성반응의 기초 원료로 사용되며, EG는 폴리에스텔르 섬유 및 PET의 원료로 사용된다.

    현재 EO 및 EG를 생산하고 있는 곳은 LG화학, 삼성토탈, 롯데케미칼 등 3개사다.

    그러나 3사 모두 탱크로리로 EO를 운반하는 운송체계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부분 EO는 EG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 내 90% 이상 자가소비를 하고 있으며, 파이프라인을 통해 EO를 운반한다.

    EO는 -17.8℃ 이상(사실상 상온 폭발 가능)이면 발화되고, 가연성과 폭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국가간 거래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O는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라며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대부분의 업계가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부터 EO의 탱크로리 운반을 완전히 접은 상태다. 현재 충남 대산 공장에서 연간 6만t의 EO를 생산 중이지만, 모두 대산공장 인근 고객사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안전하게 공급하고 있다.

    삼성토탈 역시 10만t의 EO를 생산하고 있지만, 90% 이상을 EG를 만드는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EO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고, 고객사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는 기존 3사의 경우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대한유화가 안 그래도 폭발 사고가 많은 이 시점에 EO 생산에 나섰다는 것은 결국 환경문제보다 '이익'을 우선순위에 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기존 EO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도 고민이 많다. '안전'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만큼 EO 생산이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생산을 멈춰버리면 당장 자사의 문제도 있지만, 그동안 공급받던 중소 업체들의 원성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EO 생산업체 한 관계자는 "EO에 대한 안전성 관련 문제는 그동안 끊임 없이 제기돼 왔다"면서 "
    그렇다고 해서 당장 생산을 멈추게 되면 EG를 뽑아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공급을 받던 중소업체들의 생산차질 등의 문제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유화는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한 543억96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