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삼성서울병원서 치료받으며 안정적 상태…큰 변화 없어"지난 1년간 삼성, 비주력 계열사 매각하고 지배구조 단순화이재용 부회장 '합리적이고 냉철한' 경영 스타일 눈길중국 시장에도 공 들이고 의전 없애는 등 소탈한 행보 이어가
  •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삼성그룹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삼성그룹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오늘로 와병 1년째를 맞앗다. 이 회장의 건강 상태는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가 없는 상태에 멈춰있지만, 삼성은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고 신성장 먹거리 찾기에 매진하는 등 분주한 1년을 보내고 있다.

    10일 삼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 20층 VIP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는 그간 큰 변화없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다. 입원 치료 이후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가호흡을 하는 것은 물론 '회장님'이라고 부르면 눈을 뜬 상태에서 시각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회장은 하루 15시간 이상을 깨어 있는 상태로 지내며 휠체어 산책과 규칙적인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매일 병실을 방문해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있으며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도 매일 이 회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의료진과 가족들은 한때 익숙한 환경이 이 회장의 의식을 되찾는데 도움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자택 치료를 검토했으나 갑작스러운 변화로 무리가 생길 수 있어 당분간 병원에서 치료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9일 병석에서 74세 생일을 맞았다. 이날 병원에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이 함께 병실을 찾아 조용한 생일을 함께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와병중인 점을 고려해 매년 열어왔던 사장단 부부동만 만찬을 생략하는 등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보냈다.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 1년 사이 증권가에서는 그간 몇 차례 이 회장의 사망설을 퍼뜨리는 등 이 회장의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1년 동안 단 한 번도 근황이 공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대한 의문이 커진 탓이었다. 그러나 언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는 큰 변화없이 안정적인 상태라는 것이 삼성 측 입장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도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삼성병원 내 검사도구를 이용해 신체검사 등 건강 상태를 꾸준히 체크하고 있다"면서 "병원에는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임상병리사 등 수백여명의 전문의료진이 근무하고 있는데, 만약 이 회장의 병세에 큰 변화가 있었다면 삼성이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전에 이미 소문이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이 천천히 병세를 회복하는 1년 간, 삼성그룹은 변화무쌍한 한 해를 보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그룹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그룹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말,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테크윈 등 화학·방산 분야 4개사를 한화에 매각하는 2조원 규모의 빅딜을 발표했다. 비주력 계열사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중공업을 주축으로 전자·금융·건설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사실상 밝힌 것이다.

    그룹의 순환출자 문제도 빠르게 단순화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삼성은 재비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SDS를 상장하고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면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구조를 단순화했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의 변화는 가장 빠르고 도드라졌다. 글로벌 기업임에도 그간 인수합병(M&A)에 유독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던 삼성이지만, 지난해 5월 이후 헬스케어·프린팅·디스플레이·사물인터넷 관련 해외기업 8곳을 사들이는 등 신성장 동력 찾기에도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직접 나서서 중국 비즈니스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중국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최대 국영기업인 CITIC그룹 창쩐밍 동사장을 만나 양 그룹간 금융분야 사업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5차례 만남을 갖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현재 중국에 주요 생산 기지를 두고 미래 성장동력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은 대기업 오너답지 않은 소탈한 행보와 합리적인 경영 스타일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그룹 내 과도한 의전 절차를 지적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그룹 계열사 사장단과 고위 임원들의 의전을 전면 금지한것으로 전해졌다. 과도한 의전이 사업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항이 아니라 '오래동안 이어져 온 허례허식'이라는 판단 하에 하루 빨리 이를 버릴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시 전용기가 아닌 일반 비행기를 타는가 하면 낡은 여행 가방 하나를 챙겨 홀로 출장길에 나선다. 우연히 마주한 취재진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다소 파격적인 탈 권위주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하는 등 글로벌 조직 문화 도입에도 앞장서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1년 간의 시간 동안 경영스타일이나 리더십 스타일이 어떻다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건희 회장이 건강을 회복할때까지 이 부회장이 삼성을 계속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