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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완성차 브랜드 닛산이 5년 내 인도시장 점유율을 5%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이 회사의 인도 내수 점유율은 1.9% 수준에 머물러 있다.
2일 현지외신에 따르면 최근 기욤 시카드(Guillaume Sicard) 닛산 인도법인장은 "2020년까지 5%대의 점유율과 25만대 이상의 판매목표를 설정했다"며 "수출보다 내수 중심의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인도에서 판매된 전체 승용차 대수는 약 254만대 수준이다. 한국 내수시장보다 90만대 이상 큰 규모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0년에는 인도의 연간 신차등록대수가 세계 5위권 수준인 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는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는 시장이다.
하지만 닛산의 2014년도 판매실적은 4만9000여대에 불과하다. 르노(약 4만5000대)와 점유율을 합산하더라도 3.7%에 불과하다. 같은 일본 경쟁사인 혼다와 토요타가 지난해 각각 약 18만대(점유율 7%), 13만대(6%)를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닛산의 인도시장 내 입지는 아직 미미한 셈이다.
닛산은 연구개발(R&D) 투자 및 판매 네트워크 확대, 다양한 저가 신차모델 투입, 생산능력 증대 등을 통해 5% 점유율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닛산은 향후 출시할 모델에 대해 신형 플랫폼 CMF를 적용하는 동시에 자동화수동변속기(AMT)를 장착, 연비 및 가격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또 1000만원대 이하의 저가 SUV 신 모델 출시를 계획 중이며, 2016년에는 닷선 브랜드로 '고' 이하 가격의 초저가형 모델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인도에서는 덩치가 작고, 가격도 저렴한 차량들이 인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인도의 국민차브랜드이자 한때 80%대의 점유율을 자랑했던 마루티스즈키의 주력모델인 '알토',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차의 '이온'도 배기량 800cc 수준의 소형차다. 알토와 이온을 앞세운 이 두 브랜드는 지난해 각각 115만대(48%), 41만대(16%)를 판매했다.
또 닛산은 생산 설비 개선 및 효율화를 통해 현재 연산 40만대 수준인 오라가담 공장의 생산능력을 올해 안으로 48만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기준 오라가담 공장 생산량의 65%가 수출로 빠지고 있는데, 내수 판매는 닛산과 르노를 합쳐 1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며 공장 가동률은 50%를 밑돌고 있다. 이에 내수 규모 확대를 통해 공장 가동률을 끌어 올리고, 인도시장 성장에 대비하며 수출과 내수 비중의 균형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닛산의 5% 점유율 달성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실 닛산도 지난해 3월 저가 소형차브랜드 '닷선'을 출범하며, 배기량 1200cc의 5도어 해치백 모델 '고'를 시판한 바 있다. 몸값은 약 31만루피(540만원)~37만루피(640만원)로 출시 당시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였다.
고는 첫 3달 정도만 하더라도 월 평균 2000대가 판매되며 흥행을 일으키는 듯 했으나, 지속 판매가 줄더니 연말에는 700대 수준까지 내려갔다. 글로벌NCAP이 실시한 충돌테스트에서 '고'가 최하점을 기록, 모델 철수 권유를 받는 등 여파로 소비자인식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글로벌NCAP 측은 "가격이 크게 저렴한 만큼 운전선 에어백이 탑재되지 않아 충돌시 탑승객들의 생명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보다 더 낮은 가격의 차량을 출시하는 것은 일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우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 연구원은 "5% 점유율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닷선 브랜드의 기본성능 강화를 통한 이미지 제고 노력과 함께 닛산 브랜드에 대한 판매 및 마케팅 투자를 확대 함으로써 닛산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이미지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