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국토부 장관 중동 순방 직후 일정 소화…GS건설 등 직원 출근 늦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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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응하는 민과 관의 태도에 차이가 나타나 눈길을 끈다. 중동지역 출장·근무자가 귀국하는 경우 민간기업은 메르스 감염에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는 반면 관은 다소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8일 국내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A사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중동지역에서 들어오는 출장·근무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회사 출근을 늦추고 있다.
잠복기를 고려해 2주간 재택근무하며 발열, 호흡기 이상 등 메르스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지 살펴보고 이 기간에 별 이상이 없으면 의사 진단을 받고서 출근하도록 한 것이다. 잠복기에는 증상이 발현하지 않는 만큼 사실상 중동지역 출장·근무자들에 대해 자발적인 자가격리를 우선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A사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메르스 감염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혹시라도 있을 회사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예방 차원에서 이뤄지는 선제 조치"라고 설명했다.
GS건설도 지난 4일부터 중동지역에서 귀국하는 직원을 상대로 회사 출근을 늦추고 있다. 해당하는 직원들은 A사보다는 짧은 1주일 동안 재택근무하며 발열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해야 한다.
GS건설 관계자는 "중동지역에서 돌아오는 직원은 (자발적인 격리기간에) 메르스 관련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출근한다"고 전했다.
반면 관가는 메르스 감염 여부와 전파에 관해 민간보다는 과민반응이 덜한 느낌이다.
국토부는 유일호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중동 민관합동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이 5일 귀국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8일 오전부터 서울에서 공식·비공식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다.
유 장관을 비롯해 중동 수주지원단은 지난달 29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중동 4개국을 순방했다. 수주지원단은 철도·수자원·신도시 건설 등과 관련해 나라별 주요 인사를 만나고 양해각서(MOU) 등을 맺었다.
이번 출장길이 하필 국내 메르스 확산과 맞물리면서 일각에서는 중동 현장에서의 수주지원 활동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었다. 하지만 유 장관 일행은 예정대로 UAE 루와이스 정유공장 현장과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연륙교 현장 등을 찾아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국내 건설 근로자의 노고를 격려했다고 국토부는 부연했다.
세종시민 남모(41)씨는 "요즘 메르스 확산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중동지역에서 귀국하는 직원들에 대한 민·관의 대응에 차이가 느껴진다"며 "민간기업의 대처가 과잉반응일 수도 있겠지만, 예방 차원에서 보면 관이 안이하게 대처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한 공무원은 "고위 공직자는 아무래도 공적인 대외행사나 회의 참석 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불가피하게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