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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장기화됨에따라 병원 방문을 기피하고 메르스에 노출된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물론 그 직원과 가족들과의 접촉도 꺼리는 현실에서 메르스 환자 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병원이 있어 화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1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위해 입원하고 있던 메르스 잠재 노출 환자가 본원으로 전원돼 20일에 응급 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대구시에 거주하는 전 모씨(72)는 포항 소재 모 병원에서 간경화를 진단받고 치료받던 환자로,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와 원발성 담도 경화증을 앓고 있었다. 올해 초 간질환이 악화돼 복수가 조절 되지 않아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기도 했다.
이에 전 씨는 간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임을 알게 됐고,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해 외래 진료 후 입원이 결정돼 간이식 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1일, 삼성서울병원 외래 방문으로 인해 메르스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됐고 경과를 관찰하던 중 11일경 전신상태 악화로 급하게 이식이 필요해 삼성서울병원에 재입원했다.
이후 급속한 간기능 악화 및 콩팥기능 저하로 수술이 시급했고 기다림 끝에 뇌사자 간 기증자가 나타났지만 뇌사자가 발생한 병원에서 메르스의 감염 우려로 장기구득을 위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메르스로 인해 수술이 어려워 타 주요 병원에 환자 전원 및 간이식 수술을 문의했으나 수차례 거절을 받았고, 끝내 분당서울대병원이 전원을 받은 것이다.
환자는 메르스 증상은 없었으나 잠재 접촉 가능성이 있는 자로, 분당서울대병원은 수술 준비와 과정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에 완벽히 대비했다. 모든 의료진은 수술복을 입은 후 방호복 위에 또 다시 수술복을 껴입었으며 수술용 확대경에 보호안경을 추가로 착용했다.
의료진들은 방호복을 포함해 세 겹이나 되는 옷을 입고 장시간의 수술을 진행해야 했고, 보호안경 내부에 습기까지 차 시야 확보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한 수술실 간호사는 N95마스크를 쓴 채로 수술실에서 근무하다 탈진하기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한호성 교수는 "환자는 현재 음압격리된 중환자실에서 방호복을 입고 N95마스크를 착용한 간호사들이 간호해 의식도 깨어났으며 자발 호흡이 가능해져 인공호흡기도 분리한 상태다"며 "수술 전 콩팥 기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24시간 투석을 진행하나 이식된 간의 혈류도 좋고 혈액 검사 지표도 호전을 보이고 있어 콩팥 기능도 곧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한 교수는 "최근 메르스 사태에도 분당서울대병원은 메르스 표준 지침을 세우고 메르스 확산방지에 그치지 않고, 메르스 의심 질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치료 하고 있다"며 "이번 간이식 수술도 어느 병원에서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사안을 표준지침과 지금까지의 노하우, 그리고 의료진의 노력으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