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진출 필요 느끼나 시기상 부적절 외형성장 멈추고 내실 다지기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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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현기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STX프랑스 인수 검토를 잠정 중단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 사장은 25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의 미래를 생각하면 크루즈선 분야는 결국 가야 할 방향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문제는 시점인데 현재로는 좀 이르다고 생각하며, 일단 STX프랑스 인수 건에 대해서는 잠정적으로 파일을 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현재 일반 상선, 해양플랜트, 특수선 등 3종의 선박 건조 포트폴리오를 운영 중이다.
앞서 대우조선은 최근 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STX프랑스 지분 66.66%를 약 300억원에 인수할 것을 제안받았다. STX프랑스는 마찬가지로 산업은행 관리 하에 있는 STX조선해양의 해외 자회사인 STX유럽의 계열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분류되는 크루즈선 건조를 전문으로 한다.
조선경기 불황에도 크루즈선 발주는 매년 증가세에 있고, 아직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발을 딛지 못한 분야인 만큼 대우조선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됐었다.
정 사장은 "크루즈는 화물, 기름을 나르는 일반 배와 달리 이용 주체가 사람인 만큼 문화가 가미되는 선박"이라면서 "서유럽인 중심이던 고객층이 5~10년 내 동아시아인쪽으로 옮겨 갈 것으로 예상하는 데, 양식집에서 한식을 만들어봤자 제 맛이 나오지 않듯 그 때는 유럽조선소가 크루즈를 제대로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아시아 정서를 담은 크루즈선 건조가 한국조선소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크루즈선은 STX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조선소에서 대부분이 건조되고 있다. 현지에서 제작하지 않는 한 주 고객층인 유럽인들의 입맛에 맞는 인테리어 설계 및 자재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아직 크루즈선 시장에 뛰어들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 사장은 회사가 지난 1분기 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빡빡한 경영환경을 감안해 STX프랑스 인수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노조가 결사반대의 뜻을 나타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해양플랜트 공사 등에서 발생한 손실 등으로 2분기 실적도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5월1일부터 업무파악 차 비공식 근무를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한 것이 우리 회사의 실상이 어떤지 파악하는 일이었다"며 "아직 실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대우조선도 어느 정도 손실 요인이 있다는 것으로 파악됐고, 종합이 되면 2분기 실적에 자연스레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해양 공사손실충당금을 쏟아냈 바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실적에는 별 다른 문제가 없었고 이에 대한 업계의 궁금증도 증폭된 상황이었는데, 대우조선 또한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정 사장은 실적 개선을 위해 선박 건조 본업 경쟁력 제고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계열사들은 과감히 정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는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 도움이 되는 계열사는 적극 지원을 해서 살리고, 관련이 없는 자회사는 일단 철수를 해야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싼가격으로 양질의 블록을 공급하는 중국 블록공장이나 부산 소재 설계 자회사인 디섹의 경우 회사 경쟁력 향상에 상당한 기여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풍력사업 등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