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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이 그리스에 제공한 2차 구제금융이 30일 종료되지만 그리스는 현금이 부족해 상환에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만약 이렇게 되면 그리스는 디폴트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스가 30일까지 IMF에 갚야할 채무는 15억유로(약 1조8544억원)다.
국내 업체들도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혹여나 그리스가 디폴트 상황에 놓였을 때 그 파장이 미치지나 않을까 해서다.
이와 관련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리스의 디폴트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그 영향이 유럽 전체로 퍼지면 최근 회복세를 보이던 유럽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경제 침체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연구원은 "우리나라가 그리스에 빌려준 돈이 아주 적고 직접 수출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그리스 디폴트'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간적적인 수출채널을 통해 (그리스 디폴트가)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對)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나 조선 등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리스 디폴트 영향이 유로존이나 미국으로 퍼져나갈 때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게 김 부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당장은 우리나라가 그리스와 연결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하더라도 그리스 디폴트의 임팩트가 커 국제금융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면 미국주식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그땐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그리스 디폴트 문제가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가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럽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 후폭풍이 유럽으로 소비침체가 확산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유럽 시장에 대해 대규모 공세를 펼치고 쌍용자동차와 점유율 방어중인 현대·기아자동차 등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러시아 침체 등 올 상반기 대외악재를 소화하고 새 수요 형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리스 위기는 중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대응보다는 위험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했다.그리스의 디폴트 우려에 조선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당장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그리스의 재정위기 상황이 유럽 전체로 번지는 것에 대해선 다소 경계를 나타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 해운강국인 그리스의 해운사들은 대부분의 자산을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어려운 상황과 관계없이 선박을 꾸준히 발주해왔다"면서도 "그리스의 디폴트가 유럽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면 금융 위축 등을 가져와 선박 발주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그리스 해운사들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당장 발주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재정문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선박 발주를 위한 파이낸싱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