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주의 난' 사실상 실패로…창업주 신격호 강제퇴진롯데그룹 후계구도 다툼, 한차례 더 일어날 가능성도현대家 '정주영-정몽구-정몽헌' 다툼과 닮은꼴 시선도
  • ▲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왕자의 난'. 조선 개국 초 태조의 왕자 방원과 방간이 왕위 계승권을 둘러싸고 일으킨 두 차례의 난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2015년 롯데그룹에서 발생했다. 2000년 3월 현대그룹에서 일어난 '왕자의 난'에 이어 15년만의 일이다.

28일 신격호(94)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됐다.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전격 해임한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일선에서 강제퇴진된 데에는, 그간 롯데그룹 2세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쿠데타'를 시도했기 때문.

앞서 15일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주지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한·일 롯데 장악은 마무리단계로 접어드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밀리에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전날인 27일 친족 5명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가도록 주도했고, 도착한 날 오후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날 신 총괄회장이 해임한 이사는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다.

신 회장은 반격했다.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이사 해임 결정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신 총괄회장을 오히려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신 전 부회장이 동생인 신 회장을 밀어내기 위한 '쿠데타'를 일으켰킨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번 이틀간의 반란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지만, 신영자 이사장과 신동인 구단주 직무대행 등 형제들이 모두 이번 반란에 가담하면서,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다툼이 다시 한차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롯데는 신격호 회장 일가와 광윤사, 롯데홀딩스, 호텔롯데, 한국 롯데 계열사 등으로 지배구조가 이뤄져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7.56%를,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갖고 있고, 국내에서는 호텔롯데가 롯데쇼핑(8.83%)을 비롯해 롯데칠성(5.92%), 롯데제과(3.21%)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며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업계서는 결국 광윤사 지분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경영권 다툼의 포인트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롯데판 '왕자의 난'…
현대家 '정주영-정몽구-정몽헌' 다툼과 닮은꼴?

재벌가의 '왕권'을 둔 다툼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현대그룹에서도 역시 '정몽구-정몽헌' 형제 사이의 '왕자의 난'이 발생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창업주 故 정주영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경영권을 거머쥐기 위해 둘째 아들인 정몽구 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다섯째 아들이었던 고(故) 정몽헌 회장 사이에 분란이 일어났다.

당시 장남이 정주영 명예회장보다 일찍 사망하는 바람에 2남 정몽구 회장이 사실상의 장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주영 창업주는 정몽구 회장에게 자동차 관련 계열사에만 전념할 것을 지시, 현대그룹을 5남인 정몽헌 회장에게 맡게 했다. 이에따라 정주영 명예회장의 은퇴 후 형제의 공동회장제로 그룹이 운영되고는 있었으나, 사실상 현대그룹의 운영권한은 정몽헌 회장에게 승계됐다는 시각이 강했다.

그러던 후 2000년 3월 24일 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회가 돌연 정몽구 공동회장의 면직을 발표하면서, 정몽헌 회장을 현대그룹 단독 회장으로 발표하자 정몽구 회장 쪽은 이틀 후인 3월 26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인이 들어간 문서를 근거로 그룹 공동회장임을 주장했다.

형제는 사실을 부인하고 반박하고 하는 다툼을 계속했고, 결국 정주영 명예회장은 현대건설과 중공업, 현대아산의 이사직을 포기함에 이어 정주영 명예회장, 정몽구, 정몽헌 회장이 3부자 퇴진이라는 경영개선 발표하게 됐다.

현대판 '왕자의 난'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던 범현대가 2세들의 경영권 분쟁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등 여러 그룹으로 분리되면서 끝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