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지급 하도급 대금 결제금액이 상반기에만 1400억원에 달했다ⓒ공정위 블로그 캡처
    ▲ 미지급 하도급 대금 결제금액이 상반기에만 1400억원에 달했다ⓒ공정위 블로그 캡처

     


    甲들이 착해졌다.

    차일피일 미루던 대금 결제를 서두르고 "현금을 못줘 미안하다"며 어음 할인료와 수수료까지 얹어준다. 꼬투리를 잡아 대금을 깍을 요량으로 분쟁조정에 나섰다가도 서둘러 조정금액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올 상반기에만 미지급 하도급 대금 1384억원이 해결됐다. 지난해 같은기간 661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1. 유명 아웃도어 의류 제조업체 A사는 의류 및 단추·라벨 등을 위탁한 수급사업자들에게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면서 할인료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자 59개 업체에게 2년 동안의 미지급 할인료 29억원을 전액지급했다.

    #2. 자동차 제조사의 1차 협력업체인 B사는 내장재의 제조를 위탁사에게 대금을 외상매출채권으로 지급하면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가 공정위 조사 소식에 32개 업체에게 2년3개월 동안의 미지급 수수료 7억원을 모두 결제했다.

    #3. 유명 골프 의류 제조업체인 C는 특정 수급사업자에게 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가 한꺼번에 미지급 대금 10억8000만원을 전액지급했다.

    #4. 종합건설업체 D는 수급사업자 E에게 위탁한 토목공사에 따른 대금 중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가, E가 의뢰한 분쟁조정절차 과정에서 13억2천만원의 미지급 대금을 지급했다.

  • ▲ 착해진 갑들의 변화는 아직은 '타의 반'이다ⓒ뉴데일리 DB
    ▲ 착해진 갑들의 변화는 아직은 '타의 반'이다ⓒ뉴데일리 DB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갑들의 변화는 '타의 반'이다. 하도급업체의 '돈 못받는' 문제 해소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삼은 공정위가 갑질에 대해 서릿발 제재 방침을 밝힌 이후부터다.

    공정위는 지난 3월부터 의류, 선박, 자동차, 건설, 기계 등 5개 업종을 콕 찝어 대금지금실태 조사를 벌인 뒤 177억원의 미지급 대금을 해결했다.

    서면실태조사 및 현장방문·간담회 과정에서 가장 많은 민원이 발생했던 분야다.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크게 신장된 의류업종이 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 54억, 기계 36억, 건설 21억, 선박 6억 순이었다.

    가뜩이나 내수부진에 울상인 하도급업체들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가장 든든한 원군이 된 셈이다. 지난 5년간 전체 하도급법 위반 5186건 중 60%가 넘는 3133건이 대금 지연결제 문제였다.

    대통령까지 나서 우리경제의 근간인 중소업체를 고사시키는 '하도급대금 미지급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대금·선급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현찰 대신 어음이나 외상매출채권 등 대체결제수단으로 지급하면서 할인료나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대금을 늦게 지급하면서 지연이자를 주지않는 경우가 많았다.

     

  •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의 현장 간담회가 부쩍 잦아졌다ⓒ제공=공정위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의 현장 간담회가 부쩍 잦아졌다ⓒ제공=공정위

     

    작심한 공정위는 중소업체의 직접 신고를 토대로 조사에 나서 6개월간 286억원의 미지급건을 해결했다.

    신고에 불편을 느끼는 업체를 배려해 중기중앙회와 건설협회 등으로 창구를 넓히고 운영기간도 종전 35일에서 60일로 확대했다. 신고센터를 통한 조치실적이 236억원으로 이전 3년간 연평균 금액 121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뛰었다.

    서면실태조사에서 법위반 혐의가 포착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별도로 직권조사를 실시해 307억원의 미지급 대금이 모두 지급되도록 조치했다. 또 공정거래조정원, 건설사업자단체, 소프트웨어협회 등이 담당하는 하도급 분쟁조정제도를 운영해 올해 상반기 중 614억원의 조정효과를 거뒀다.

  • ▲ ⓒ공정위 블로그 캡처
    ▲ ⓒ공정위 블로그 캡처


    하지만 아직 성에 차질 않는다. 공정위는 차제에 '지연 지급' 등 하도급 갑질을 뿌리뽑을 생각이다. 상시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신속한 대금지급 유도를 위해 당근과 채찍을 빼들었다.

    우선 내년 1월부터는 중소기업을 갓 벗어난 소규모 중견기업들도 하도급법이 보호하는 수급사업자로 추가한다.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거래상 지위가 열등함에도 '대금을 대기업으로부터 늦게 받더라도 중소기업에게는 빨리 주어야 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을 배려했다.

    실제 공정위가 상반기에 확인한 1차 협력업체의 대금 미지급 사례 중 10여건은 상위 대기업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의 조사개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대금미지급 행위를 자진시정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벌점을 부과하지 않고 과징금도 부과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하도급대금을 현금으로 신속히 지급하는 경우 공정거래협약이행 평가에서 최대 9점까지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 1월 평가기준을 바꾸기도 했다.

    공정위는 하도급대금 신속한 지급 문화 확산은 단순히 개별 업체의 애로사항을 해소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전반의 원활한 자금 순환 및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윗 물꼬트기 차원에서 대기업에 대한 조사도 강화하고 추석을 앞둔 이달 중순부터는 다시 '하도급신고센터'를 개설해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