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사사정 잘 아는 차기 사장이어야...낙하산 인사 절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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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G /연합뉴스 제공

임기 7개월을 남기고 지난달 29일 갑작스레 사임 의사를 밝힌 민영진 전 KT&G 사장 자리를 놓고 안팎이 시끄럽다. 

KT&G 내부에서는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담배 산업 정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담배인삼노동조합(전국담배노조)은 차기 KT&G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원칙에 위배되는 정치권 등의 낙한산 인사는 안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다.

# KT&G 노조 "차기 사장직 투명한 경영 최우선돼야"

그 어떤 자리보다도 '탐나는'자리인 만큼 정치권 등 외부 출신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KT&G 노조 측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KT&G노동조합은 5일 성명서를 내고 "민 전 사장이 돌연 사퇴함으로서 노동조합과 5000여 종사자들은 허탈함과 동시에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만약 정치권 등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추천된다면 우리 노동조합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초강수를 뒀다.

노조 측은 "그동안 노사협력으로 고용안정 및 경영혁신 방안에 머리를 맞대왔다"고 호소했다.

김용필 전국담배노조 위원장은 "올해는 담배세금 인상과 함께 더욱 심화된 담배산업 규제에 따른 경영위기"라며 "노사협력으로 극복하는 동시에 조합원과 구성원의 고용안정 및 경영혁신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가 아닐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민영화 이후 지난 13년 동안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가장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담배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보유한 전문경영인이 조직을 이끌어왔다"며 "차기 대표에 낙한산 인사가 이뤄진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전국 22개 노조지부가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G는 18년간 낙하산 인사가 수장에 오른 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더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그동안 민영화 이후 회사사정을 잘 아는 내부출신 인사들이 모두 사장이 됐다. 

민영진 전 사장 역시 1986년 KT&G 전신이었던 전매청 평사원으로 입사해 24년 동안 몸담은 정통 KT&G맨이다.

KT&G 내부에서는 민영진 전 사장에 대해 취임 초기에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올랐지만 악재를 뚫고 민영화한 KT&G 號를 무리없이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민 전 사장은 취임 후 58%까지 떨어졌던 국내시장 점유율을 60% 이상까지 끌어올렸다.  
 
아울러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으로 지난해 전체 중 28%인 7,100억 원을 해외에서 올리며 세계 5위 담배회사로 만들었다. 
 
품질력으로 승부한 KT&G는 '전사적 통합 품질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원료잎 종자 개발부터 완제품 유통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고객관점에서 운영해 왔다. 

KT&G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업계 최초로 시행 중인 '품질실명제'를 더욱 체계화해 소비자 신뢰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독자적으로 축적해온 기술들을 융복합한 신개념 제품 출시를 통해 고객가치를 더욱 증대시켰다. 

이렇다보니 결코 KT&G 수장 자리가 만만한 자리가 아니라는 소리가 세어나오기 시작했다. 

# 연간 매출 4조 안정된 수익구조 "누워서 떡먹기?"

KT&G는 연간 매출 4조 1128억 원에 영업이익 1조 1718억 원(2014년 기준)을 낼 만큼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수장 자리를 놓고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KT&G는 지난 연말 담배 세금 인상과 더불어 더욱 심화된 담배산업 규제에 따른 경영위기를 직면하고 있다"라며 "전문경영인이 아닌 관련 업계에 문외한 낙하산인사가 쥐락펴락 하기에는 어려운 자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정통한 관계자는 "공석인 KT&G 수장 자리를 놓고 몇몇 외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는 자체가 웃긴 일"이라며 "내부 인사들 가운데 적임자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공석인 수장 자리에 대해 KT&G 내부 자체적으로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KT&G 측은 "이사회에서 현재 사장추천위원회에서 후임 사장 선임 과정을 준비 중이다"라며 "아직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입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