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생명·손해보험협회 등 표준화 매뉴얼 만들 예정

  • 금융회사들이 욕설이나 성희롱을 일삼는 '악성 고객'을 상대로 강경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고객을 응대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고소·고발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과 6대 금융업권 협회(은행연합회와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저축은행중앙회)는 문제행동 소비자에게 대응하기 위한 표준화된 매뉴얼을 만들 예정인 것으로 9일 전해졌다.

    금감원과 이들 협회들은 문제행동 소비자(악성 민원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이 TF는 문제행동 소비자를 판단하고 이들에게 대응하기 위한 표준화된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꾸려진 것으로, 내달 말까지 활동한다.

    금감원은 과도한 금전 보상을 요구하거나 욕설·성희롱 등의 행위를 하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 감정적으로 민원을 반복해 제기하는 사람 등을 악성 민원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과 금융사들은 태스크포스에서 금융사 자체 심의 위원회를 열어 악성 민원인을 선별, 별도 관리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 중이다.

    방안에 따르면, 악성 민원인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될 경우, 해당 민원인의 유선·휴대전화 번호가 등록된다. 그 후 해당 민원인이 전화를 걸면 전담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돌려진다.

    전담 관리자는 해당 분야 베테랑을 배치하되, 지금까지 해당 민원인을 응대하던 상담원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로 배치된다.

    예를 들어 악성 민원인이 젊은 여성 상담원을 함부로 대하는 스타일이라면 연배가 있는 남성 상담 전문인력을 배정하는 식으로 적용하는 것.

    악성 민원인이 욕설이나 성희롱 등 불법적인 행동을 하면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했으므로 전화를 끊는다'는 녹음 메시지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끊기로 했다.

    욕설과 성희롱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고발이나 손해배상 등 사법처리 가능성을 경고하고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태스크포스가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가는 단계"라면서 "최근 민원발생평가 방법을 바꾸는 등 악성 민원인까지 과보호하지는 않겠다는 정서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강력 대응은 실제로 악성 민원인을 줄이는 데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의 경우, 성추행·폭언·장난전화에 대해 성희롱은 1회, 폭언·욕설·협박은 3회 때 고발조치하는 정책을 도입해 악성 민원인을 줄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