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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셰일가스에 이어 원유까지 수출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폭락하면서 천문학적인 재고평가손실로 수조원대의 손실을 봤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9월 중 원유의 해외 수출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미국이 1973년 중동발 오일쇼크로 충격을 받은 후 1975년 만든 원유 해외수출금지법을 40년 만에 개정하려는 이유는 셰일가스의 생산으로 에너지 자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과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원유 해외수출 금지법'이 개정되면 공급의 증가로 국제 유가가 하락할 것이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국제사회와 핵합의에 성공한 이란이 2016년 하반기에는 국제 원유 시장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원유까지 공급된다면 국제유가는 하락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원유 수출국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기에 공급 과잉 우려는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원유 및 석유 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 과잉은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원유 수출이 아직 확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올 9월 하원과 내년 초 상원을 거쳐 미국 원유 수출 금지 법안이 개정된다면 유가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또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럽과 중국의 경제 상황 악화로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미국까지 공급자들이 늘어나 국제유가가 폭락한다면 재고 평가 손실액에서 국내 정유사들이 엄청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정유사들은 100% 원유를 수입하기에 40~50일 정도 물류 시간이 소요된다. 유가가 폭락하면 미리 사둔 원유가 국내로 운반되면서 가격이 하락해 재고 손실액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해 4분기 국내 정유사들은 배럴당 90~100달러 사이에 형성된 원유를 구매했지만 40~50달러 선까지 급락하면서 엄청난 재고 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