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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가 서울시를 상대로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강남구는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구역 변경에 대해 "오는 8월 21일 전까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12일 서울시 브리핑실에서 "박원순 시장이 잠실운동장 개발을 위해 불법으로 국제 교류 복합지구 구역 변경을 감행했다"며 "범구민 비상대책위가 시 결정을 무효화시키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며, 저 또한 구민으로서 참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서울시는 강남구 삼성동 일대를 개발하는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를 송파구 잠실운동장을 포함한 국제교류복합지구로 변경했으며, 잠실운동장 개발을 위해 한전부지 공공기여금을 투입할 뜻을 밝혔다.
강남구는 이에 격렬하게 반발해오다 지난 11일 서울시가 강남구의 주장을 반박하자 강경 대응을 결정했다.
서울시와 강남구 간 대립이 가장 첨예한 부분은 한전부지 공공기여금 활용 여부다. -
권해윤 서울시 동남권 공공개발 추진단장은 지난 1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한전부지 공공기여금의 경우 용도는 물론 총액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임신하자마자 출산이 언제냐고 조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신연희 구청장은 "지난 4월 이건기 행정2부시장(6월 사임)이 잠실운동장 개발에 한전부지 공공기여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며 "영동대로 개발에 쓰일 공공기여금을 나눠먹자는 주장은 여론몰이식 행정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소통 부재 문제에서도 서울시와 강남구는 서로 '남 탓'에 열을 올리고 있다.
권해윤 단장은 "어떤 협상이든 법률상 당사자끼리 협상하는 것인데, 이해관계자인 강남구가 서울시와 현대차그룹 간 협상테이블에 끼워달라고 고집을 부린다"며 "실무 TF등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신연희 구청장은 "시가 국제 교류 복합지구에 잠실운동장을 포함하는 과정에서 강남구를 철저히 배제했다"며 "수차례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 실무 TF 같은 곳에는 들어가봐야 의견을 들어주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
이러한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 때문에 한전부지에 571m(115층)에 이르는 현대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와 62층 호텔을 짓기로 한 개발 계획이 늦어지고 있다.
권해윤 단장은 "강남구가 현대차그룹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해놓고, 현대차그룹이 신청한 한전부지 내 변전소 이전·증축 허가를 반려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연희 구청장은 "서울시에 대한 신뢰만 회복되면 구청장이 책임지고 허가를 내줄 수 있다"면서도 "시가 강남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 권한에 의해 특별구역으로 묶여 있는 한전부지 변전소 문제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양측 모두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에는 찬성하면서도 이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면서 사업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