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강남구 한전부지 갈등 심화…현대차 난감

한전부지 공공기여를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간에 낀 현대차만 난감한 상황이다.

11일 서울시는 시청 브리핑실에서 국제교류복합지구 현안에 대한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권해윤 서울시 동남권 공공개발 추진단장은 한전부지 공공기여 활용방안에 대한 강남구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권해윤 단장은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은 현대차그룹의 제안일 뿐, 정확한 총량은 사업계획을 반영한 감정 평가가 시행돼야 산출된다"며 "이를 강남구 사업인 영동대로 통합 개발에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임신하자마자 아기가 언제 출생하느냐며 조르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의 공공기여 사용원칙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목적 달성과 주민불편 해소, 지형균형발전"이라며 "국제교류복합지구가 강남구와 송파구에 속하는 만큼 강남구 사업에도 당연히 쓰일 것인데,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 단장은 시가 강남구를 협상 과정에서 배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강남구는 법률적 당사자가 아니기에 시와 현대차그룹 간 협상테이블인 '협상조정협의회'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면서 "대신 정책회의와 실무협의체 등을 통해 의견을 제시하라고 했지만 협상 본테이블이 아니라는 이유로 강남구가 참여를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협상이든 기업 협상이든 법률적 당사자가 협상하는 것이지, 이해관계자가 협상하는 경우는 없다"며 "시가 강남구를 배제했다는 비판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11일 강남구의 주장에 대해 반박을 펼친 것은 오는 12일 강남구청장의 기자회견을 염두한 결과로 풀이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12일 우리 입장을 설명하기로 돼 있는데, 시가 하루 먼저 자신들의 주장을 말하는 것이 바림직한지 의문"이라며 "기자회견에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강남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전부지의 새 주인이 된 현대차그룹만 곤란에 처했다. 조속히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판에 선행돼야 할 한전부지 내 변전소 이전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서다.

권해윤 단장은 "2017년 초 공사에 들어가기 위해 한전부지 내 변전소 이전·증축이 불가피하다"며 "그런데 긍정적 반응을 보이던 강남구가 구체적 계획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강남구에 한전부지 내 변전소 이전·증축 신청을 했다가 반려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