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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수입되는 탄산수 산펠레그리노는 현지보다 국내 판매 가격이 7.9배나 비쌌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선 100ml당 93원이었으나 국내 판매가격은 100ml당 738원에 달했다.
체코산 마토니그랜드는 5.8배, 이탈리아산 산베네디토는 4.3배, 폴란드산 페라지는 3.5배, 프랑스산 페리에는 3.4배나 됐다. 탄산 거품 보다도 가격 거품이 잔뜩 낀 수입 탄산수들의 현주소다. 330ml 한 병 기준 3000~4000원대로 1000원 내외의 국산탄산수 보다 평균 3~4배가 비쌌다.
수입 탄산수 중 가장 고가의 제품은 프랑스산 이드록시다즈 제품이었다. 100ml당 2200원으로 가장 저렴한 국산 탄산수 가격의 22배가 넘었다. 프랑스산 바두아(1212원), 체코산 마토니그랜드(1060원) 등도 그냥 물값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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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추산하는 출고가에서의 물값 비중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거품이 이만저만이 아닌 셈이다. 그런데도 수입산 탄산수들은 한국에선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다.
한 해 4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규모만 3년새 3배 이상 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한 해만 탄산수 638만kg이 570만 달러에 수입됐다. 배송비 등을 감안한다하더라도 폭리수준이다.
톡 쏘는 청량감에 시원하고 칼로리가 없는 물, 게다가 미용,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는 탄산수의 실제효능은 어떨까. 공정위의 지원을 받아 이번 조사를 맡은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의 발표에 따르면 기대 밖이었다.
국내산 5종과 수입산 11종을 비교 조사한 결과 영양성분은 0%였다. 수입산 일부에서 칼슘과 나트륨, 철분 등이 확안됐으나 함량은 미미했다. 식품영양학 전문가들은 그 정도 함량으로는 전체적인 맛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품질의 차별화를 거론하기에도 근거가 희박하다고 했다. -
아이러니컬한건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고가의 수입산과 저렴한 국내산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가 맛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100ml당 600~700원대의 수입산 인지도 1위 제품이 40%를 1위를 차지했지만 300~400원대의 국내산 제품도 35.6%에 달해 차이가 없었다. 1000원 이상의 고가 수입산을 선택한 사람은 24.4%에 불과했다.
맛도 효능도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비싼 수입 탄산수가 좋다"는 알 수없는 허영이 한국을 국제 탄산수 시장의 '봉'으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