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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과 국제원산지정보원(원산지정보원), KC NET(KC넷)간 '삼각관계'가 도마에 올랐다. 원산지정보원이 "관세청이 수의계약 형태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민간기업 KC넷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어서다. 원산지정보원은 관세청 산하 공공기관이다. 게다가 KC넷에는 관세청 고위직 퇴직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의원(정의당)은 2일 국제원산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관세청과 원산지정보원, KC넷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관세청과 원산지정보원, KC넷은 관세청 고위 퇴직자들의 '삼중 회전문' 구실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KC넷은 관세청이 2006년8월 UNI-PASS(국가관세종합정보망) 수출을 위해 만든 비영리재단인 '국가관세종합정보망연합회'(구 한국전자통관진흥원)가 2010년 4월 설립한 민간기업이다.
KC넷은 설립 이후 두달만에 관세청 발주 '관세정보 DB정제' 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그해 회사의 유일한 매출이었다. 또 2011년에는 46억3000만원, 2012년에는 67억의 사업을 관세청으로부터 사실상 수의계약 형태로 따냈다.
게다가 김종호 전 부산세관장, 오태영 전 관세청 심사국장 등이 KC넷 대표를 지냈으며, 구미세관장, 인천공항세관장, 여수세관장 등 관세청 고위 퇴직자들이 임원으로 재직했다.
이로 인해 2013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사실상 관세청이 국가관세종합정보망연합회를 통해 민간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관세청은 "국가관세종합정보망연합회가 보유한 KC넷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의 지적에 따라 관세청은 국가관세종합정보망연합회가 보유한 KC넷의 지분을 매각했다. 그런데 이를 매입한 주체가 민간기업이 아닌 관세청 산하 공공기관인 원산지정보원이라는 점에서 "KC넷 주식을 매각한 의미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산지정보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KC넷 주식 10만주를 주당 2000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올해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도 여전히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매각 계획도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KC넷의 임원들은 여전히 관세청 고위직 퇴직자들로 채워져 있다"며 "관세청 발주 사업 수주로 연매출 200억원, 순이익 10억원에 육박하는 회사가 됐다"고 밝혔다.
실제 KC넷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2013년 6월부터 대표이사로 재임 중인 여영수씨는 인천세관장 출신이며, 지난해 3월부터 재직하고 있는 주재협 감사는 관세청 관세국경감시과장을 지냈다. 구미세관장을 지낸 김병철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사에 등재돼 있다. 지난 8월에는 대구세관장을 지낸 박병진씨가 사외이사로 취임했다.또 KC넷의 초대 대표를 지낸 부산세관장 출신 김종호씨는 현재 원산지정보원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게다가 KC넷의 홈페이지와 기업보고서를 보면, KC넷은 '관세정보 DB정제 사업'(2010년4월), '전자통관시스템 운영사업'(2011년1월), '관세행정 정보시스템 HW/SW 자원 인프라 구축사업'(2012년8월), '관세청 차세대 지능형 보안 인프라 구축사업'(2012년11월), '관세청 4세대 1단계 국가관세종합정보망 구축사업'(2013년4월), '관세청 4세대 2단계 국가관세종합정보망 구축사업'(2014년5월) 등 관세청으로부터 사업을 대거 수주했다.
박원석 의원은 "관세청이 사실상 보유했던 KC넷 주식을 전량 매각하도록 요구했는데, 결국 이를 공공기관인 원산지정보원이 취득해 관세청 퇴직자 전관예우와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관세청 퇴직자들이 만든 민간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관세청과 협의해 즉시 매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