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손해배상소송해 볼까" 문의 급증… 사흘간 500건

  •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으로 폭스바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 관련 문의가 급증하는 등 사태는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파문이 국내 자동차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인지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수입차에 시장을 내주던 현대-기아차가 '역전'할 기회를 잡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손해배상소송 문의 급증… 사흘간 500건

    폭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의 디젤차를 각각 소유한 국내 소비자 2명이 폭스바겐그룹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국내 딜러사 등을 상대로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매매계약을 취소하겠다며 차량 대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낸 바 있다.

    원고들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은 소장에서 “피고들의 기망행위(속임수)가 없었다면 원고들은 배기가스 배출허용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는 자동차를 거액을 지불하고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매매계약이 무효가 된 만큼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매매대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입 시점부터 매매대금에 대한 연 5%의 이자도 반환하라고 청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소송에 동참하겠다고 문의하는 폴크스바겐·아우디 소유자가 늘고 있다.

    바른 측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간 소송 문의가 500건이 넘었다고 4일 밝혔다. 바른 측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차량 등록증과 매매 또는 리스 계약서 등 서류를 제출한 소유자도 100여명에 이른다.

    바른 관계자는 “6일께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데 수십명 수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원고들은 차량 가격과 이자 외에 각 3천만원 씩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대기환경보전법상의 배출허용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차량 성능이 저하되고 연비가 악화될 수밖에 없으며, 브랜드 가치가 훼손돼 중고차 값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폭스바겐 사태, 현대-기아車 ‘역전극’ 기회 되나

    폭스바겐 사태가 국내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수입자 전체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 가이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국산차 제조-판매 업체인 현대-기아차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1~8월 수입차 재고량은 5만4781대로 전년 동기(3만1702대)에 비해 72.8%나 급증했다.

    수입차 재고량은 지난 2011년 7774대를 기록한 이후 2012년 1만8480대, 2013년 2만9816대에 달했고 지난해 6만2980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면 연말까지 8만여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재고 비율 역시 지난 8월 말 기준 25.7%를 기록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2011년 6.9%에 불과했던 재고 비율은 2012년 12.4%, 2013년 16.0%, 지난해 24.3%였다.

    수입차 업체들은 그동안 재고가 꾸준히 늘었음에도 수입물량을 줄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물량공세가 어느 정도 통했기 때문이다. 딜러들도 그동안 앞다퉈 대규모로 수입차를 들여와 물량 공세를 벌였다.

    그러나 날개 돋친 듯 팔리던 수입차들의 인기는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업계로서는 막대한 재고를 처리할 길이 막막해졌다.

    메스세데스-벤츠, BMW 등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수입차 전반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확대되면서 제대로 된 프로모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 지난 9월 ‘스페셜 프로모션’을 통해 구매 고객에 제타 평생 엔진 오일 교환권, 무이자 할부 및 10만원대 유예 할부 혜택, 20만원 상당의 주유 할인 카드를 제공했으나 10월에는 이 같은 프로모션을 중단했다.

    아우디 역시 구매 고객 금융프로모션과 관련해 9월 이후 업데이트된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대대적인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수입차를 보유한 고객이 현대차 중형 급 이상의 신차를 구입할 경우 50만원을 할인해 준다. 엑센트, 아반떼MD, 벨로스터, i30, i40, 제네시스 쿠페 구입 고객에게도 30만원 할인 혜택을 준다.

    타사 브랜드 포함해 차령이 7년 이상인 차량 보유 고객, 엑센트를 구매하는 경차 보유 고객도 30만원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아차는 10월 모닝 구매 고객에게 80만원을 지원하며, ▲레이 30만원, ▲프라이드 10만원 ▲K3 130만원 ▲K7 100만원 등의 할인도 각각 제공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특별소비세 인하에 자동차값 할인이 맞물리면서 현대-기아차에게는 호재가 되고 있다"며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 불신이 높아진 상황 역시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24개 증권사가 제시한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1조5773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87% 늘었다.

    주가 역시 대폭 상승했다. 지난 2일 종가 기준 현대차 주가는 16만7000원으로 저점인 지난 7월17일의 12만3500원보다 35.2% 올랐고 기아차는 같은 기간 4만300원에서 5만3700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이 기간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27조2041억에서 36조7862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현대차는 시가총액 순위가 지난 7월만 해도 한국전력과 SK하이닉스에 밀려 4위에 불과했으나, 현재 다시 2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