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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조원 규모의 인도 발주 LNG운반선 수주전에 뛰어들려던 현대중공업이 출발부터 삐끗하는 모습이다. 손을 맞잡았던 현지 조선사 L&T가 계약조건에 부담을 느끼며 입찰 참여를 돌연 취소했기 때문이다.
발주사인 인도 국영 가스공사 게일(GAIL)은 자국 조선산업 육성을 위해 '참여 업체와 현지 조선사가 기술 제휴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아직 입찰 마감까지 2달여 시간이 남았지만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대형 LNG선 건조가 가능한 규모의 현지 업체들은 이미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과 파트너십 구축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도 조선사 L&T는 게일이 발주한 총 9척의 LNG선 입찰에 불참키로 최종 결정했다. 인도 조선사가 현지에서 건조될 선박 3척의 지분을 각각 13%씩 사들여야한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사실 게일의 LNG선 발주는 지난해 8월부터 이미 4차례나 무산된 바 있다. LNG선 9척중 3척을 자국에서 건조해야 하며, 품질과 납기 또한 선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다소 무리한 조건 때문이었다. 기술력은 물론 인프라 또한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인 만큼 입찰에 응한 업체는 하나도 없었다.
일단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대형조선사들은 현지 업체들과 각각 짝을 맺고 재입찰을 기다렸다. 최근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크게 위축된 만큼 각 사 모두 척당 2억 달러(약 230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놓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게일이 선사의 부담을 줄이고자 품질·납기 보증 조건을 없앤 대신 자국 조선사의 척당 인수 지분 규모를 5%에서 13%로 늘렸다는 점이다. L&T의 경우 이에 부담을 느끼고 입찰을 포기한 것인데,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크게 난처한 모습이다.
국제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인도 77개 조선소 중 현재 가동 중인 곳은 14개 업체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대형 LNG선 건조가 가능한 규모의 업체는 L&T 코친 피파바브 등 3곳 정도로 알려졌다.
코친과 피파바브는 이미 각각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짝을 맺은 상태다. 입찰마감이 2개월여 남았지만 현대중공업이 파트너사를 쉽사리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도는 이유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다른 인도 현지 파트너사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당초 인도 LNG선 수주가 가장 유력시 되기도 했다. 지난 5월 방한한 모디 총리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 "인도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직접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