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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사업권 재승인을 앞둔 면세점 전쟁에 '상생전략' 타이틀이 내걸렸다.
심사 평가표에서 상생 평가 항목의 배점 비중은 그리 높지 않지만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로 떠올라 최근 기업들이 이 같은 전략을 강조하고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 서울 시내 면세점 전쟁은 특허권을 갱신해야 하는 롯데와 SK네트웍스, 신세계에 맞서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두산까지 4파전 양상으로 전개된다.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과 월드타워점(12월31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등 서울에서만 3곳이다.
소공점은 기존 사업자인 롯데와 신세계·두산이 경쟁한다. 워커힐점은 재승인을 노리는 SK네트웍스·신세계·두산이 경합을 벌인다. 월드타워점은 롯데·신세계·두산·SK네트웍스 등 모두가 맡붙는다.
상생 전략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롯데다. 면세점 재승인을 앞둔 롯데는 일찍이 신동빈 회장을 앞세워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면 사수에 나섰다.
지난 12일 신 회장은 인천 중구 운서동의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2020년 세계 면세시장 1위 도약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또 앞으로 5년간 1500억 원을 중소 협력사 동반성장펀드 조성과 취약계층 자립 지원 등 사회 공헌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면세점 사업에 처음 출사표를 던진 두산도 '상생 면세점'을 전면에 내걸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두산은 면세점 사업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최소 10%를 사회에 환원하고 동대문 상권 활성화와 K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위해 민관 협의체를 만들어 동대문을 세계 명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전체 매장 면적의 40%를 국내 브랜드로 채울 계획이다. 이중 30%는 패션·뷰티 등의 중소·중견 기업 제품을 선보인다. 매년 30여개 이상 국내 브랜드를 발굴해 판로를 넓히고 5년 후에는 국내 브랜드 매장을 5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다시 한 번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도전하는 신세계 역시 상생 전략 확보에 나섰다. 신세계는 회현동 본점 신관을 또 한 번 후보지로 내걸어 남대문시장과 연계,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시킨다는 전략이다.
특히 명동과 남대문을 잇는 한류 클러스터를 조성해 명동을 방문한 외국인관광객이 남대문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상생과 전통시장 활성화의 매개체가 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신세계DF는 한류 확산과 국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CJ E&M과 상생 협약식을 체결했다.
SK네트웍스도 서울 시내 면세점 2곳의 입찰을 따내면 2400억 원을 지역 및 중소상인과의 상생을 위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는 서울 광진구 워커힐면세점에 900억 원, 동대문에 1500억 원을 각각 배정해 지역 관광 인프라를 한 차원 끌어올리고 주변 전통시장·중소업체와의 상생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면세사업자 평가항목은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정도(150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상생 협력 노력 정도는 총 1000점 만점의 평가표 가운데 150점을 차지할 뿐이지만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평가항목에서 변별력이 크지 않다 보니 참여 업체들은 상생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면세점을 하겠다고 나선 기업들 입장에선 심사위원들에게 특허를 통한 혜택을 중소기업 및 주변 상권과 나눠가질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