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 입주후 마을 주민들과도 접촉없어 '소통부재'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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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상무 사장.ⓒ연합뉴스
    ▲ 이상무 사장.ⓒ연합뉴스

     

    [취재수첩] 황희는 정승이 되었음에도 담장도 없는 허름한 초가에 살고 있었다. 이 얘기는 돌고 돌아 세종의 귀에까지 전달된다. 세종은 공조판서를 불러들여 비밀리에 담장을 쌓으라고 명을 내린다. 공조판서 일행은 황희가 눈치채지 않게 비가 오는 밤 시간을 틈타 그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는 서둘러 황희의 집 주변에 담장을 쌓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한쪽의 담장이 무너지면서 황희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이후 자초지종을 알게 된 황희는 "백성 가운데에는 가난하게 담장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세종에게 명을 거두어 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세종은 이에 감탄하고 오히려 황희를 더욱 신뢰하게 됐으며 신하들도 그의 청렴함에 크게 감복했다.

    최근 이상무 농어촌공사 사장을 바라보며 황희정승의 일화가 생각이 났다. 그에게서 황희정승의 청백리 정신이 느껴져서 였을까.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상무 사장은 얼마 전 공사의 수조 원대 이르는 부채에도 불구하고 화순군에 사장 관사를 181평의 한옥으로 지어 물의를 빚었다. 사장 관사는 부지 포함 593.3㎡(181평)에 달하는 한옥으로, 짓는데만 3억600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물론, 공공기관의 수장자리 위상을 감안할 때 이 사장의 공관 확보는 유의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실은 점점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상적인 외형의 가치만을 중시한 이 사장의 생활풍조와 특권의식이 정말 부끄러울 정도다. 

    현재 농어촌공사는 올해 1/4분기 총 부채가 7조6247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02%에 달한다. 지난 2012년 348%에서 2013년 358%로 증가했고 올해 1/4분기 들어 400%를 넘어섰다. 굳이 무리하면서까지 사장 관사를 지어야했을까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와 달리, 같은 지역으로 이전한 농식품공무원교육원(장승진) 원장은 나주의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보증금 4400만원에 월세 41만원을 낸다. 농촌경제연구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나주에 33평형 아파트를 전세 1억5000만원에 얻었다. 문화예술위원회도 나주에 27평형 아파트를 관사로 매입했다. 이들의 관사는 이 사장의 호화 한옥주택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소박하다.

    이들이 신축 관사를 포기한 건 역시 '돈' 때문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관사를 신축하게 되면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 현재 기관의 형편이 좋지 않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다"고 말했다. 세금 낭비가 두려웠다는 얘기다.

    이쯤되니 권위주의에 매몰된 이 사장의 의식구조 단면이 보이는 듯하다. 황희정승이 보여준 청백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런데 기자 개인의 생각으로는 그 못지 않게, 어떤 점에서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바로 이상무 사장과 농어민과의 소통 부재이다.

    관사가 지어진 화순군의 농촌마을을 살펴보면 이상무 사장의 한옥은 묘한 위압감과 우월감을 준다. 영세한 농어민들에게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이상무 사장은 해당 마을 주민들과의 접촉도 거의 없다고 한다. 해당 마을의 이장은 "바쁘신 분이라 볼 수 없다. 사모님께서도 마을회관에 한 번 나와보신 적 없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CEO로서 농촌지역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농촌지역 실정을 가까이에서 눈으로 파악하겠다는 그의 구호가 공허하게 느껴진다. 이러니 "농어민들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공기업을 만들겠다"고 수백 번을 외친들 참뜻이 담겨 있다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지금 이상무 사장에게 필요한 것은 허례허식적인 신 관사도, 소통없는 위계적 권위주의도 아니다. 자신의 위치를 상대보다 낮춰 농어민들의 주장과 요구에 경청함으로써 신뢰를 쌓아 가는 것. 농어민들과의 상생과 협력으로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공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 농어촌공사 기관장의 존재 의미이고 리더가 가장 중시해야 할 점이다.

    지금부터라도 이상무 사장은 지도자로서 농어민들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과 조정이 필요할 듯 싶다. 황희정승의 일화를 통해 농어민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모범적인 공직관에 대해서 스스로 자문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