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청, 규제 내용 담은 경고장 송부 등 '잰걸음'걸음마도 못 뗀 국내... "'규제-처벌' 명확치 않아, 반입 사실 알고도 못 본 척"
  • ▲ ⓒ뉴데일리경제DB
    ▲ ⓒ뉴데일리경제DB


    국적 항공사들이 스마트폰·노트북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에 대한 기내 반입 규제를 한층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항공당국 및 업계는 발화나 폭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스마트폰·노트북 등 휴대용 리튬 배터리에 대한 기내 반입 규제 수위를 한층 높혀가고 있는 반면, 국내 항공업계는 본 규제에 대해 걸음마도 떼지 못한 모양새다.

    국내 항공 업계는 기본적으로 라이터나 액체성 발화물질에 대한 기내 반입 규제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리튬 배터리에 대한 반입 규제 및 처벌이 명확치 않아 이용객들의 '필수품'이 되버린 스마트폰과 노트북 배터리의 기내 반입 모습을 보고도 눈을 감아주고 있는 실정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AP통신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전자 기기에 장착되지 않은 여분의 리튬 배터리가 발화나 폭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승객들 짐에 리튬 배터리를 넣지 않도록 알리라는 내용의 안전 경고를 항공사들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리튬 배터리는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와 하이브리드 차량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매년 25억개가 생산되고 있으며 이중 10%는 항공기로 수송되고 있다. 이 배터리는 소형 상자에 담겨져 소량만 항공기에 실릴 수 있지만 허점이 많아 규정보다 많은 분량이 공공연하게 적재돼왔다고 AP는 전했다.

    휴대전화, 노트북, 카메라, 시계, 태블릿, 계산기 등에 사용되는 모든 충전식·비충전식 리튬 배터리가 모두 해당하며, 배터리 충전기도 마찬가지다.

    전자제품에 이미 장착된 배터리는 상관없지만, 기내에 가지고 타는 여분 배터리도 합선을 방지할 수 있도록 포장된 상태여야 한다.

    또 승무원이나 지상 요원들에게도 배터리나 배터리 충전기가 타거나 녹는 사고, 화재, 폭발 등을 모두 보고하도록 했다.

    FAA는 이에 앞서 열린 공개회의에서 과열된 배터리가 가스를 배출하고 이것이 비행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공개하면서 여객기에 리튬 배터리를 싣는 것은 "급박한 위험"이라고 판단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국제항공안전기준 내 리튬 전지 반입을 규제하고 있으며 채택 여부는 각 나라가 선택할 수 있어, 이번 미국 연방항공청의 규제 강화는 ICAO 규정에 더욱 힘을 실어준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경우 이처럼 휴대용 리튬 전지에 대한 기내 반입 금지 규제 수위를 한층 높혀가고 있는 반면, 한국 항공업계는 아직 뚜렷한 반입 규제 및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반입을 보고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출국 수속 검색대에서 엑스레이를 통한 수화물 및 기내 반입 물품 검사시 라이터나 액체성 발화물질에 대한 규제는 엄격히 이뤄지고 있지만, 스마트폰 및 노트북이 '개인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이 시기에 관련 (리툼)배터리들을 가져와도, 두고 출국하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관련 규제 및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소희 '좋게 좋게'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실제 승객과 승무원 380여명이 탑승한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휴대폰 배터리 압착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경협 새정치연합 의원(부천 원미갑)의 국토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21일 태국 방콕을 출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B747-400 항공기의 비즈니스석 17H 등받이와 격벽 사이에 놓여진 '삼성 갤럭시S5' 휴대폰 배터리가 압착으로 인해 항공기 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승객이 좌석에서 불이 난 사실을 승무원에서 빠르게 신고했고, 관계자는 기내에 비치된 휴대용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IT 기술 발달로 노트북 및 스마트폰이 개인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그야말로 '개인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시기에 관련 규제 및 처벌이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배터리들을 두고 가라고 할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며 "단거리 일 때 '금방 도착할텐데 이 정도의 리튬 배터리 쯤이야'하는 고객들이 많아 국내선 경우 이 같은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튬 배터리 반입에 대한 관련 규제 및 처벌이 명확치 않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업계가 머리를 맞대로 이에 대한 관련 규제 및 처벌 수위를 높여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를 악이용해 당연스럽게 관련 전자기기 리튬 배터리들을 아무렇지 않게 들고 오는 이용객들이 더러 있다"며 "장기적인 항공 산업 발전 및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이용객들의 행동은 앞으로 자제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