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증권 이사간 자리 KB투자증권, 대신증권 떠날 자리는 신영증권삼성증권, 그룹차원의 본점 이전 가능성신한금융도 삼성생명 본사 매입 후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 모을수도
  • 증권사들의 본사 이전이 눈에 띄고 있다. 통상적으로 본사가 거처를 옮기는 이유는 경영환경이 나빠져 몸집을 줄이기 위해 사옥을 매각함에 따른 후속 조치이거나 흩어져있던 그룹(지주)내 계열사 또는 사내 조직이 한 곳에 모여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진행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현재 본사 이전을 진행했거나 계획 중인 곳의 이전 이유가 후자라는 것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유진투자증권은 여의도 유진그룹빌딩(서울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24, 구 중소기업진흥공단빌딩)에서 새롭게 업무를 시작했다. 올해 초 유진그룹이 매입해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 후 새롭게 재탄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금융계열사인 유진자산운용, 유진투자선물, 유진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15개층 가운데 11개층을 사용하게 된다. 금융계열사가 모두 한곳으로 모이게 된 만큼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고, 고객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회사 이전을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유진투자증권이 빠진 건물(POBA빌딩)은 KB투자증권이 채우기로 했다. 그동안 신한금융투자 본사를 비롯한 주변 건물 등에 흩어져 업무를 봤던 KB투자증권은 연말까지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KB투자증권 외에도 KB생명 역시 같은 건물에서 업무를 보게 된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계열사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 통합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B금융은 올해 초 명동에 있는 금융지주 본사 사무실을 여의도의 국민은행 본점으로 이전하며 통합본점을 마련하기 위해 IFC몰과 구 MBC사옥 등을 타진해왔다. 만약 KDB대우증권 인수 성공 여부에 따라 KB투자증권 사옥은 물론 KB금융 본사의 위치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2013년 12월 여의도 본사 사옥을 800억원 규모로 신영증권에 매각했던 대신증권은 2017년쯤 명동으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대신증권은 서울 명동 중앙극장 터에 912억원을 투자해 금융센터를 세우고 있다. 지난 1985년 서울 명동 사옥을 매각하고 여의도로 본사를 이전한 지 33년 만에 명동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대신증권과 신영증권 본사 건물은 분리돼 있어 실제로는 두 개의 건물이지만 외부에서 보면 하나의 건물로 보인다. 고 양재봉 대신증권 명예회장과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이 합심해 같이 건물을 세우면서 두 회사의 '한지붕 두가족' 생활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건물이 붙어있어 매각은 물론, 인지도나 상징적인 면에서도 서로간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나오기도 하는 등 대신증권과 신영증권은 다소 어색한 동거 중이다. 2017년 대신증권이 명동으로 본사를 옮기게 되면 여의도 증권가 중심에 위치한 파란색 건물은 완벽한 '신영증권'건물이 된다.


    삼성증권의 본점 이전 가능성도 최근 들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서초동 사옥으로 이전키로 하고 태평로에 있는 삼성생명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과 삼성생명 관계자 모두 사옥 매각과 이전 모두 결정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내에서 계열사와 인력의 재배치, 지배구조 개편, 계열사간 사업 재편 논의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삼성전자가 서초사옥에 있는 본사를 수원로 이전하며 인력 역시 대거 이동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생명 사옥을 매각하고, 삼성의 금융계열사들이 서초사옥에 집결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증권의 본사 이전 가능성 역시 여전히 남아있다.


    삼성생명 사옥이 현재 유력한 매각 후보인 신한금융에 실제로 팔리게 된다면 신한금융 역시 계열사 본사를 한 곳으로 모은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본사가 여의도에 위치한 신한금융투자 역시 을지로 시대를 열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