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재생·도심 관광경쟁력 설득··· 명동서 롯데와 진검승부
  •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5일 저녁 속초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에서 진행된 대졸 신입 1년차 연수캠프 환영사를 전달했다. ⓒ신세계그룹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5일 저녁 속초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에서 진행된 대졸 신입 1년차 연수캠프 환영사를 전달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시내면세점 특허를 획득하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넉 달 전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신규 허가)에서는 탈락했지만, 보다 치열했던 2차전에서 '재수' 끝에 사업권을 따는데 성공했다. 그룹의 20년 숙원을 이룬 신세계는 이제 명동 일대에서 면세점 업계의 '절대 강자' 롯데와 맞붙어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다.

    신세계는 올해 4월 면세점 사업을 위한 별도 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하고 면세점 사업에 그룹 역량을 집중했다. 입지 선정에서 그룹의 모태이자 85년 역사의 국내 1호 백화점인 중구 회현동 본점을 서울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할 만큼 정 부회장은 면세점 사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항간에서 우려한 연간 2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롯데 소공동 면세점과 너무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도심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추가 면세점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방문 1위 지역 남대문을 앞세워 '도심관광 활성화'를 밀어부쳤다.

    일본 도쿄의 긴자, 홍콩 침사추이, 뉴욕 맨해튼 등 관광 콘텐츠가 몰린 세계 주요 도시의 도심 관광권과 달리 서울 도심 관광 경쟁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남대문 면세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이를 타당한 명분으로 수용하고 '남대문 면세점'에 대한 공감을 얻어냈다.

    오너의 적극적인 관심이 이끌어낸 성과라는 것도 업계의 중론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자필 서명을 담은 면세점 사업계획서 인사말을 통해 "신세계 그룹이 관광산업에 이바지하고 사업보국(事業報國) 할 기회를 얻게 해달라"고 말했다. '사업을 일으켜 나라의 은혜를 갚겠다'는 비장한 말에서 정 부회장이 면세점 사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 정 부회장은 최근 대졸 신입 연수캠프에 참석해 "오직 신세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어메이징한 콘텐츠로 가득 찬 지금껏 세상에 없던 면세점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신세계는 서울 본점 면세점에서 개점 첫 1년 간 매출 1조5000억 원, 2020년까지 5년간 매출 10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5년간 530억 원을 투자, 전통시장 활성화·한류특화 클러스터 조성·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새단장·미디어 파사드 아트 조명쇼 등 관광시설과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

    계획이 그대로 실행되면, 신세계 본점 면세점과 남대문 일대는 도쿄의 긴자나 홍콩의 침사추이 처럼 관광 콘텐츠와 면세점이 결합한 도심 면세관광 특구로 변모할 전망이다.

    하지만 신세계의 서울 면세점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신세계 본점이 있는 회현동에서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인 명동에 최대 유통 기업인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번 면세점 대전에서 월드타워점을 빼앗긴 롯데는 모든 역량을 소공점에 끌어모아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신세계가 새롭게 따낸 시내 면세점 사업에 성공을 거두려면 이보다 더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에 업계에선 소공동과 회현동에 둥지를 튼 두 유통 거인들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국내 면세점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한 롯데와 호텔신라의 양강 구도를 흔들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관광 산업의 인프라를 다지고 도심 관광도 활성화하겠다"며 "나라 경제에 온기가 느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