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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적자늪에 허덕이던 동국제강이 2분기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가는 등 경영정상화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유래없던 위기의 파고를 넘느냐 마느냐의 중대기로에 선 것인데, 동국제강의 오랜 숙원이자 이 회사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제철소 사업은 이를 추진하던 장세주 회장의 부재로 차일피일 늦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철강을 비롯한 취약 기간산업들의 구조조정이 논의되는 가운데, 업계는 장 회장의 복귀가 동국제강의 본격적인 정상화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매출액 1조4871억원, 영업이익 777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539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이익을 낸 것인데,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이는 최근 건설경기 호조에 따른 철근 및 봉형강 판매 증대와 지난 8월 2후판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사업 재편 효과가 가시화된 영향이다. 이 외에도 동국제강은 서울 을지로 본사사옥과 각종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하고, 대대적 조직개편을 실시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진행해왔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동국제강의 본격적인 실적개선이 시작된 셈인데, 이에 날개를 달아줄 브라질 CSP제철소 사업은 해를 넘기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CSP는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발레와 동국제강, 포스코가 각각 5대 3대 2의 비율로 투자해 만든 합작사다.
CSP의 운영을 맡는 동국제강은 연간 생산되는 300만t의 원자재(슬래브) 중 160만t을 국내로 들여온다는 계획인데, 이로 인한 매출 증대 및 원자재 조달 비용 절감 효과만 연간 1000억원 수준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당초 12월로 예정됐던 화입(火入)은 내년 2분기로 연기됐다. 표면적 이유는 브라질 주정부가 약속했던 각종 인프라 건설이 계획보다 늦춰졌다는 것이지만, 실제는 이 사업을 10여년 추진해오며 현지 관계자들과 유대를 다져온 장 회장의 부재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은 지난 5월부터 횡령 및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상태다. 최근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8년 구형을 받은 그는 오는 19일 재판부의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CSP 준공 연기로 예상되는 손실만 약 1억1300만달러(약 1325억원)에 달할 것으로 동국제강 측은 추산하고 있다. 내년도 사업계획 등 당장의 시급한 현안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SK나 CJ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총수 부재 장기화는 기업 경영에 큰 차질을 몰고 올 수 있다"며 "특히 동국제강의 경우 자발적 구조조정으로 최악의 불황을 넘기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는 만큼 장 회장의 복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