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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적자 늪'에 빠지면서 눈물을 머금고 본사 사옥까지 처분해야 했던 동국제강이 힘찬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저가 중국산 제품 유입 급증, 원재료가(價) 하락으로 인한 단가 인하 압력 등 악조건 속에서도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본사 건물 및 각종 상장지분 매각 으로 유동성의 숨통을 튼데다, 오랜기간 얼어붙었던 국내 건설경기가 활기를 찾은 덕에 봉형강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컬러강판 등 냉연제품의 판매성적도 꾸준히 유지하며 '알짜 계열사'로 불리던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한 효과도 쏠쏠한 상태다.
동국제강의 수익성 개선은 하반기 접어들수록 더욱 또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만성적자 요인으로 지적되던 후판사업 규모를 최근 절반 이상으로 축소했다. 이 회사는 후판사업 손실 규모가 최대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뼈깎는 자구노력·건설경기 회복세로 적자늪 탈출
21일 동국제강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2조8618억원, 영업손실 42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체 누적으로는 아직 적자가 더 큰 상황이지만, 2분기 들어 539억원의 흑자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분기기준으로 동국제강이 이익을 낸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 만이다.
지난 5월 장세주 회장이 해외 원정 도박 및 회삿돈 횡령 혐의로 구속 됨에 따라 동국제강의 경영정상화 속도도 한층 더뎌질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었다.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적자 늪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뼈를 깎는 다양한 자구노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4월 선제적 재무구조개선 차원에서 서울 중구 수하동에 위치한 '페럼타워'를 삼성생명 측에 4200억원에 매각했다. 페럼타워는 동국제강이 지난 34년간 본사 사옥으로 사용한 건물이다. 포스코, 포스코강판, 한국철강 등 보유 중이던 상장주식도 전량 처분했다.
동국제강 실적개선에는 올들어 국내 건설경기가 호조를 띠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지속적인 단가하락에도 건설용 봉형강 제품의 판매 자체가 절대적으로 늘어 수익이 발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올해 시작과 함께 냉연제조 계열사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한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4% 수준이던 동국제강(당시 유니온스틸)의 컬러강판 시장점유율은 올 상반기 40%까지 확대됐다.
동국제강은 올 하반기부터 더 분명한 실적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유일하게 대규모 적자를 보이던 후판사업을 큰 폭으로 뜯어 고쳤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한 때 '후판 명가'로도 불렸지만, 전방산업인 조선업의 장기침체와 현대제철의 시장진입 등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 1일자로 포항 2후판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후판생산의 모든 역량을 당진공장으로 집중했다. 생산능력 자체는 연간 340만t에서 150만t으로 크게 줄었지만, 별다른 매출변동 없이 손실 규모만 대폭 개선될 것으로 동국제강 측은 기대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후판공장의 가동률이 50%까지 떨어졌던 상황"이라며 "당진공장 단일체제로 운영시 후판사업 손실규모는 최대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욱式 소통경영에 직원사기도 '쑥쑥'
흑자전환과 함께 장세욱 부회장의 소통경영으로 동국제강 직원들의 사기도 쑥쑥 오르고 있다. 장 부회장은 형인 장세주 회장과 전문경영인 남윤영 전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사퇴함에 따라 지난 6월 말부터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회사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화합이 위기극복을 넘어 동국제강의 장기적인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
장 부회장은 지난달 3일 본사 근무 임직원을 대상으로 단체 영화관람을 실시하며 "회사 발전은 여기있는 여러분들 한명, 한명의 노력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여러분이 있기 때문에 부회장이 있는 것이고, 여러분이 없으면 저의 존재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 직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실무에 대한 고민,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별다른 일정이 없는 날에도 항상 직원들과 점심 및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직급과 부서가 다른 직원들을 한 데 불러, 상하·조직간 벽을 허무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한 직원은 "예전에는 같은 직원들끼리도 부서가 다르면 데면데면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 직원이 함께 위기를 극복해 가자는 등 다같이 의기투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