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조종사 '심리치료' 정부지침 실효 논란…"불이익 뻔해"

국토교통부가 항공기 안전운항과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금일(12월1일)부터 조종사 심리치료 등을 실시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조종사가 정신질환 상담을 받을 시 개인정보가 보호된다고 하지만, 항공사 조종사들간 암묵적 커뮤니티가 형성된 업계에선 입소문을 통해 다 알려질 뿐더러, 상담을 받은자로 낙인 찍히면 항공사에서 관리대상자로 분류해 여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종사들은 하나같이 '조종사 정신질환자' 색출·관리로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12월부터 '조종사 정신질환 예방 및 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정신건강 상담을 시행한다.

이번 지침은 지난 3월 우울증 병력이 있는 독일 저먼윙스사 소속 부기장이 항공기를 고의로 추락시켜 탑승객 150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조종사에 대한 정신질환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번에 마련한 지침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정신건강 전문병원 및 전문심리상담기관을 지정하여 조종사들이 이들 병원을 통해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항공사는 정신질환자 및 범법자가 채용되지 않도록 조종사 채용 전에 철저히 확인하도록 했다.

또한 정신질환 예방 교육프로그램 시행과 피로관리에 노력하도록 했으며 조종사의 정신건강에 관한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도록 했다. 아울러 조종사는 정신질환이 의심되면 정신건강전문의사의 진단을 받아 자발적으로 보고하도록 했으며, 항공사는 휴식과 치료를 적극 지원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침이 발표되자 각 항공사 조종사노동조합은 하나같이 실효성 없는 방안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양새다. 상담을 받은자로 낙인 찍히면 항공사에서 관리대상자로 분류해 여러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한데 어떤 조종사가 상담을 받겠느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신질환 여부가 알려지면 비행을 정지당하고 생계를 위협받게 될 수 있는 것을 알면서 어떤 조종사가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솔직하게 상담할 것이며, 또한 어떤 조종사가 병원에 제때 찾아갈 것인가"라며 "국토부는 상담을 받는 이들의 개인보호를 보장하고 있지만, 이직을 통해 항공사 조종사들간 암묵적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 업계선 누가 치료를 받는지 알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침은 조종사 정신질환자 색출·관리로 오히려 조종사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행위"라며 "국토부는 조종사의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줄이고 심리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정신질환 예방활동에 좀더 중점을 두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번 지침이 얼마나 조종사들에게 효과가 있을지, 그리고 범죄경력 수집 및 정신질환 조종사 색출 권한을 항공사에게 주는 것은 옳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륙 및 나라를 이동해야하는 조종사가 얼마나 규칙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이 들 뿐더러, 계속 비행을 해야하는 조종사가 심리치료를 받는다하더라도 완쾌된다는 보장이 있는지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조종사 개인의 정신건강 정보와 범죄경력을 수집·관리해 정신질환 조종사를 색출하고 비행을 중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항공사에 주는 것은 국제적으로 찾아볼 수 없고 법적 근거도 없다"며 "조종사에게 자신의 정신질환을 보고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 또한 대한민국 법령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조종사들이 심리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체계적인 정신건강 관리체계가 마련됨으로써 항공안전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국토부는 조종사협회와 수차례 간담회를 실시하고 항공사 및 항공우주의학협회 등과 협의해 이번 지침을 마련한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