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절차적 방어권은 여전히 미흡" 지적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4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절차에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 제도(ACP)'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ACP는 재판과정이나 수사과정에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 문서, 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한 각종 의사 교환 내용의 비밀을 보장(압수·수색·증언 등 거부)하는 제도를 말한다.

     

    전경련은 "지난 10월21일 공정위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고 조사과정에서 변호사 참여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사건처리 3.0'을 발표한 것은 환영할 만하나 기업의 절차적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선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변호사로부터 조력을 받을 의뢰인의 권리가 단순한 선언적 규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하기 위해선 ACP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EU 등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ACP 제도를 소송뿐 아니라 공정위 절차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 완전하고 솔직한 의사 교환을 장려하면 법질서 확립 등 사법제도에서 광범위한 공익을 촉진할 수 있다는 명확한 정책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 헌법에도 기본권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규정(헌법 제12조 4항)돼 있으며 형사소송법에는 변호사의 압수·증언거부권이 명문화 돼 있는 등 소송절차에는 ACP가 상당부분 제도화돼 있다.

     

    문제는 우리의 ACP는 해외 선진국과는 달리 소송제도에만 한정돼 있어 공정위의 조사·처벌 과정에서는 기업의 방어권 보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전경련은 "공정위 절차에 ACP 제도가 적용 돼야 하는 이유는 공정위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 때문"이라며 "일반적인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을 법원이 담당하는 것과는 달리 공정위 처분에 대해선 공정위가 1심의 역할을 담당해 스스로 내린 처분의 정당성을 법원과 같은 자격으로 심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사실상 법원과 검찰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적법절차 원칙의 적용을 받고 있지 않다"며 "공정위 조사와 심의 절차는 형사소송법의 엄격한 피의자 보호절차는 물론 행정조사기본법과 행정절차법의 적용대상에서조차 제외돼 있어 기업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신석훈 기업정책팀장은 "ACP는 공정위의 조사권한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정위와 피조사자 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조사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더욱 명확히 밝혀낼 수 있도록 해주는 법치국가의 기본원칙이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이번에 공정위가 '사건처리 3.0'을 통해 변호사 참여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여기에 ACP 제도를 함께 규정해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며 "향후에 이 제도를 공정위 절차뿐 아니라 금융감독원 등 행정조사 전반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