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도 어느덧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올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중국 경기둔화 등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이런 이유로 연말에 받아볼 경제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기관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을 보면, 한국은행은 2.7%, LG경제연구원 2.6%, 현대경제연구원 2.6%, 한국금융연구원 2.6% 등으로 3%에 미치지 못한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전망치도 2.7% 수준이다.
취업자 증가폭도 지난해보다 더 나빠졌다. 지난해에는 53만 3000명이 취업자로 늘어났지만 올해는 30만1000명에 그쳤다.
GDP(1인당 국민 소득)도 지난해 2만 8101달러에서 올해 2만7000달러로 1000달러 넘게 줄었다.
문제는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전망이고, 중국 경제도 당분간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수출 부진을 이유로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3%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치권은 경제를 뒷전에 둔 채 정쟁에 사로잡혀 있다. 경제계에서 요구하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을 볼모로 잡아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이같은 국회의 행태에 대해 경제계 안팎에선 "지금은 경제살리기에 나설 때다. 경제활성화 법안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여야간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시기가 늦어지면 실효성이 적어진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말아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샷법은 세계경제 저성장, 중국발 과잉 공급 등으로 우리 주력 산업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한시법이다. 야당은 이 법을 재벌특혜법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삿법은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강화에는 이 법을 이용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혹시라도 교묘하게 이용한 경우 사업 재편 계획 승인을 취소하고 받은 특혜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까지 부과하도록 보완 장치도 마련했다.
원샷법은 주주총회 통지 기한이나 채권자 이의 제출 기한을 단축하는 특례도 있다. 사업 재편 계획 승인 즉시 기업의 주주나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공시되므로 기한을 단축해 사업 재편을 빨리하게 하자는 것이다.
소규모 사업 재편을 이사회 결정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원샷법을 제대로 보면 대기업과 재벌 특혜와는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다"며 "법률은 각각 개별적인 이유로 심사를 받고 판단돼야지 교환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경제계는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은 새로운 혁신기업을 앞세워 더 멀리 도망가고 중국 등 개발도상국은 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활성화 법안까지 늦어지면 사업에 탄력을 받기 힘들어서다.
한국철강협회,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석유화학협회, 자동차산업협회 등 13개 업종별 단체가 7일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업종별 단체 건의문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단체들은 건의문을 통해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주력 산업의 위기극복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제적 사업재편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원샷법은 올해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기업이 우리 나라 국민경제와 주역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 할때 원샷법 적용 대상에 대기업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부도 경제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 회동에서 원샷법 제정안과 관련해 "경제살리기에도 골든타임이 있는데 그걸 놓치면 기를 쓰고 용을 써도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이나 일각에서 대기업한테 혜택 주는 법 아니냐고 하지만 공청회 거치고 여론 수렴해 법을 고쳤다. 500대 기업에 물으니까 80% 가까운 기업이 빨리 해달라고 한다"며 원샷법의 국회 통과를 주문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에서 "대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소기업과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중견기업 재편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기업활력법(원샷법) 적용 대상에 대기업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이어 "경영권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4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민간합동위원회 운영, 경영권 승계 승인 불가 등 조치로 대기업이 특혜를 보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