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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중략)/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중략)/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 도종환>
넥센타이어 공장(경남 양산)을 견학한 뒤 서울로 돌아오는 KTX 안에서 잡지를 펼치다 보게 된 시다. 기자는 이 시를 보면서 넥센타이어가 불현듯 오버랩되어 다가왔다.
넥센타이어는 타이어업계 3위 업체다. 국내 타이어 시장에 가장 늦게 합류한 후발업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넥센타이어는 글로벌 불황 속에서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 업계 1~2위인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하락한 것과는 달리 넥센타이어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에는 영업이익 557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2위 금호타이어(553억원)를 앞지르기도 했다.
꼴찌의 반란이라 할만 하다. 업계에서는 선택과 집중, 신뢰를 바탕으로 한 넥센타이어의 소신경영이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경차부터 버스, 트럭 등 모든 제품군을 생산할 때 넥센타이어는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소형 트럭용 타이어 등 소수 제품군에만 집중했고, 경쟁사에서 39일간 장기 파업을 벌이는 등 노사 간 잡음이 끊이지 않을 때 넥센타이어는 창사 이래 23년 무분규란 진기록을 세우며 서로 힘을 모아 조용히 벽을 오르고 또 올랐다. 이제 '담쟁이 잎 하나가 결국 그 벽을 넘듯이' 넥센타이어는 선두업체가 쌓아놓은 높은 담을 넘어서려 한다.
요즘 같이 시끌시끌한 세상에서 이 같은 넥센타이어의 질주는 더욱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선 이른바 '수저 계급론'이라는 신조어가 확산되고 있다. 희망의 사다리가 끊어져 부모의 부와 권력을 세습받지 않고서는 계층상승은 '넘을 수 없는 절망의 벽'이 돼 버렸다는 청년들의 현실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담을 넘기 위한 희망의 사다리가 무너져 버렸다는 생각이 팽배한 요즘. 넥센타이어는 불가능할 것 같던 절벽의 담을 기어코 넘어가고야 말겠다는 뚝심과 근성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넥센타이어에게 보내는 갈채가 아름다운 이유다.
정말 좋은 세상은 꼴찌를 밀어주고 이끌어줘 언제든 '절망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희망의 사다리를 타고 서서히 위를 향해 올라가는 당당하고 정직한 '꼴찌'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흐뭇한 일이 아닌가. 만년 3위 넥센타이어의 반란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