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배당 시즌을 앞둔 가운데 국내 증시를 이끄는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배당여력이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영업이익은 다소 증가했지만 투자 등 미래를 대비한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박주근)는 국내 시총 100대 기업의 올 9월 말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을 조사한 결과, 잉여현금은 총 30조87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1조8157억원) 감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세후 영업이익이 62조8939억원으로 18.1%(9조6374억원) 증가했음에도 투자 등 자본적지출이 92조5186억원으로 22.4%(16조9044억원)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FCF는 세후 영업이익(NOPAT)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값에서 투자 등 자본적지출(CAPEX)를 제외한 것으로 기업의 실질 배당과 투자 여력을 보여주는 '여윳돈'과 같은 개념이다.
업종별로는 적자가 계속된 철강과 조선·기계·설비 업종의 잉여현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배당 여력이 가장 떨어졌고, 유통, 자동차·부품, 제약, 여신금융, IT전기전자, 건설 및 건자재, 지주사 등의 잉여현금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철강은 올 9월 말 잉여현금이 -2조9921억원으로 지난해(1조4621억원) 보다 304.6%(4조4542억 원)나 급감했다. 조선·기계·설비 역시 잉여현금이 -7538억원을 기록했다. 두 업종의 경우 세후 영업이익도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철강은 1조9300억원의 적자로 전환했고, 조선·기계·설비 역시 지난해에 이어 4434억원의 적자가 이어졌다.
나머지 업종은 흑자를 실현했지만 자본적 지출이 늘면서 잉여현금이 줄어들었다. 자동차·부품(-4조2995억원)은 171.3% 감소했고, 제약 50.2%, 여신금융 35.0%, IT전기전자 25.1%, 건설 및 건자재 23.4%, 지주 2.4% 등의 순으로 감소율이 컸다.
반면 통신, 상사, 서비스 등 11개 업종은 잉여현금이 증가했다. 통신은 잉여현금 증가율이 무려 234.2%에 달해 배당 여력이 가장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9월말 8016억원에서 올해 2조6790억원으로 불어났다. 상사(191.1%)와 서비스(103.3%) 업종이 100% 이상의 증가율로 뒤를 이었다. 증권(98.9%), 식음료(52.0%), 생활용품(43.2%)도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운송(9.3%), 보험(9.0%), 은행(8.6%)도 잉여현금을 소폭 늘렸다. 석유화학과 공기업 은 2014년 마이너스였던 잉여현금이 올해는 각각 4조1934억원, 2조3341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
기업별로는 KT가 1위를 기록했다. KT의 잉여현금은 2014년 346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8406억원으로 24배나 불었다. 지주사인 SK 역시 391억원에서 6778억원으로 17배나 늘어나 KT의 뒤를 이었다.
이어 한샘(291.2%), LG디스플레이(279.5%), NH투자증권(216.8%), 대우인터내셔널(191.1%), 롯데케미칼(183.0%), 효성(179.3%), 삼성증권(166.2%), 현대글로비스(162.5%)가 잉여현금 증가율 '톱10'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