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지명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재선 의원으로 새누리당 내 경제전문가로 꼽힌다. 지난달까지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내다 최근 국회로 복귀했다.
유일호 내정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마지막까지 경제부총리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 경제 컨트롤타워 인선이 정치인과 관료 사이의 저울질에서 정치인으로 기울어 진 것은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입법화가 지연되면서다. 현안 돌파력 측면에서는 정치인이 관료, 전문가 출신보다 낫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프랑스와 체코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 경제활성화법 처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좀처럼 국회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9일까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원샷법 등 경제활성화법이 처리될 줄 알았지만 논의의 장인 상임위원회가 연달아 불발되는 등 파행이 거듭됐고 연내 처리 불가론이라는 먹구름까지 드리운 상황이었다.
야당의 안철수발 탈당 행렬로 분당론이 거세지는 등 집안 싸움이 계속되면서 '입법'은 뒷전으로 밀렸다. 기대를 걸었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정의화 의장이 거부로 자존심만 구기게 됐다.
결국 청와대가 핵심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를 밀어 붙일 정치인 부총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정치인 출신의 경제부총리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과 원활한 소통채널을 가지고 협력체제를 굳건하게 할 수 있는 인물을 원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내부적으로도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같은 '실세 부총리'가 나와야 국회와 각 부처 간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정책 드라이브가 가능하다고 봤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산업부나 행자부 등 다른 부처와 함께 공조해서 진행하는 일이 많은데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 없이는 한 없이 지연될 수 있다"면서 실세 부총리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 연속성을 따져볼 때도 유일호 부총리 후보자 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유 후보자는 이날 인사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 정책 일관성을 위해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
유 후보자의 경우, '실세형'이기도 하지만 실무형이 결합된 인사이기도 하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 초빙교수,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조세연구원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지냈다.
경제 분야 중에서도 재정 분야의 전문가로 꼽혀 내년 초부터 본격화되는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꼬를 튼 미국의 연쇄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대외적인 파고를 막아 서야 하는 중책도 맡게 됐다.
정권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적인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신임이 두터운 '친박' 의원을 기용한 경향도 있다.
유 후보자는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열세지역으로 분류됐던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아 승리에 힘을 보탰고,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유 후보자를 비서실장에 기용했다. 이후 지난 3월에는 국토부 장관에 임명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박 대통령의 인선 직후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와 4대 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고 판단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장우 대변인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내정자에 대해 "한국조세연구원 원장을 역임하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거친 경제통으로, 경제위기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을 경제 재도약의 길로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했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이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이준식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행정자치부 장관에 홍윤식 전 국무조정실 1차장, 산업통상부 장관에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여성가족부 장관에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