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여아는 8세 남아는 9세 이전에 사춘기 시작돼 "부모세대 비해 사춘기 빨라지는 것은 정상이나, 너무 어린 나이에 사춘기 겪어 문제" 골연령으로 여아 만 12세, 남아 만 14세 이전까지 치료해야 성장에 문제 없어 약물치료로 성 호르몬 억제 가능하나 비만으로 인한 골연령 항진은 막을 수 없어 '경고'
  • ▲ 이화의료원 소아내분비내과 김혜순 교수ⓒ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 이화의료원 소아내분비내과 김혜순 교수ⓒ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사춘기가 빨리 찾아와 문제가 되는 증상인 '성조숙증'은 성폭력 등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으며, 상대적 박탈감의 심리적 문제도 겪을 수 있다. 이같은 성조숙증을 치료하는 것은 또래와 동질감을 주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뉴데일리 경제>가 15년 째 소아내분비내과에서 성조숙증을 치료하고 있는 이화의료원 김혜순 교수를 만나 성조숙증의 모든 것을 물었다. 성조숙증은 여아의 경우 만 8세 이전에, 남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성장과도 연관이 있어 자녀를 둔 부모들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성조숙증의 경우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가슴에 몽우리가 생기고, 남아들은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게 된다. 사춘기는 뇌 기저부에 있는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서 호르몬의 활성화로 인해 난소와 고환을 자극해 성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킴으로 시작된다. 사춘기와 함께 신체의 급성장기에 이르면 성인에 필적하는 신장을 갖게 되고 생식기의 성숙으로 임신이 가능해 진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춘기 시작은 매 십년마다 2~3개월씩 빨라지고 있다고 보고돼 있다. 국내의 경우 1960년대 여성의 초경 연령이 16~17세였으나 1980년대 14세를 거쳐 최근에는 12.8세로 앞당겨 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이 사춘기가 빨라지는 데 대해 사회 경제적 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영양 공급이 좋아져 비만이 증가하고, 환경호르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부모님 세대의 사춘기 보다 자녀 세대의 사춘기가 빨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평균 시작 나이가 여아 10~11세, 남아 11~12세가 정상인 반면 성조숙증은 여아 8세 이전, 남아 9세 이전의 너무 어린 나이에 사춘기가 일어나므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때 여아의 경우 젖몽오리가 만져지며 통증을 호소하므로 대부분의 부모에서 사춘기의 시작을 비교적 일찍 알 수 있지만, 남아의 경우 고환 크기의 증가로 알 수 있으므로 음모가 나기 전에는 자녀의 고환의 크기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힘들어 성기가 커지고 음모가 생기는 사춘기 중반이 지나야 사춘기가 시작된 것을 깨달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 ▲ 이화의료원 소아내분비내과 김혜순 교수ⓒ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치료시기가 늦어질 경우 아이가 신체적으로 성숙해 또래보다 키가 크지만 일찍 성장이 시작되고 일찍 성장이 끝나기 때문에 되레 성인이 됐을 때 최종 키가 작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빠른 치료시기가 중요한 이유이다. 특히 성조숙증의 치료시기에 있어 신체적 나이를 반영하는 골연령이 여아의 경우 만 12살, 남아는 만 13~14살 이전에 치료를 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조숙증의 치료에 있어 어려운 점으로 김 교수는 아동에서 발병돼 문진 시 소통이 어렵고, 다양한 원인으로 일어나 예방하기가 어려운 점 등을 꼽았다. 따라서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략 50%의 성조숙증 아동에서는 비만이 발병에 연관이 되므로 이는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만인 경우 골연령이 항진돼 또래보다 성장이 빨라져 성조숙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

     

    성조숙증의 발병 원인은 크게 뇌에 병변이 있는 경우에 일어나는 '기질성'과 과잉된 영양 공급과 환경호르몬(비스페놀, 프탈레이트 등)으로 인한 '특발성', 그리고 '유전적' 요인 등으로 나뉜다. 90%는 특발성으로 일어나고, 10%는 기질성으로 일어난다. 

     

    특발성 성조숙증에 대해 김 교수는 "2세 남아와 4세 여아에서 '뇌하수체 과오종'으로 인한 성조숙증 진단을 내린 적이 있다"며 "여아의 경우 8년 이상의 약물치료 및 경과관찰이 이어졌고 지금은 호르몬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진단은 사춘기 증상이 발현됐을 때 혈액검사를 통해 뼈 나이(골연령)와 성 호르몬을 측정하면 된다. 뇌의 병변으로 인한 성조숙증일 경우 MRI를 통해 진단을 내린다.

     

  • ▲ 이화의료원 소아내분비내과 김혜순 교수ⓒ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성조숙증의 치료는 성 호르몬 자극 억제 주사를 4주에 한번씩 맞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국소적인 부작용으로 무균성 농양이 피부에 생길 수 있지만 이는 거의 드문 경우이다. 또한 사춘기 호르몬만 억제하기 때문에 호르몬을 끊을 시 이전으로 바로 돌아가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 

     

    이어 김 교수는 "보통 2년 이상 치료를 해야만 한다"며 "치료 과정에 있어 주사를 통해 성 호르몬의 억제는 가능하지만, 비만으로 인한 성 호르몬의 억제는 안 되므로 비만이 되지 않도록 건강한 식단 조절과 적절한 운동이 필수다"고 권고했다. 끝으로 "1년에 얼마씩 성장하는 지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