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수요자 '외면', 청약 미달 속출

# 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 분양한 '김포한강 아이파크'. 이 단지는 0.09대1이라는 초라한 1순위 청약 경쟁률을 남겼다. 높은 분양가가 원인으로 꼽혔다. 김포한강 아이파크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1025만원. 사업지 인근인 구래동 아파트 시세는 974만원 선이다. 

# 현대건설이 11월 파주 운정신도시에 선보인 '힐스테이트 운정' 역시 청약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이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040만원. 단지가 들어서는 목동동 아파트는 평균 82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김포·화성·파주시 분양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분양 무덤'이란 불명예를 얻었던 과거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경기도 미분양은 2만1809가구로 전월보다 9299가구 증가했다. 김포시(2994가구), 화성시(2746 가구), 파주시(1545가구)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나온 탓이다.

이들 지역은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수요자들의 눈길을 끈 지역이다. 하지만 지역 수요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3㎡당 분양가 1000만원을 넘어서면서 미분양 적체가 시작됐다. 여기에 건설사들의 분양 밀어내기가 이어지면서 공급과잉 우려까지 나왔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남에서도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이 넘어서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경기 일부지역의 경우 3.3㎡당 분양가 1000만원이 넘어선데다가 공급과잉 영향으로 미분양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동탄2신도시가 있는 화성시는 올 들어 3.3㎡당 분양가가 1000만원을 넘어섰다. 올해 4분기 1022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927만원)보다 10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분양물량 역시 지난해 1만1480가구에서 올해 3만4182가구로 3배 가까운 물량이 쏟아졌다.

동탄2신도시는 청약 불패 시장으로 불렸다. 그러나 올 하반기 들어 분양이 급격히 증가하자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이달 대우건설이 분양한 '동탄2신도시 3차 푸르지오'는 전용74㎡를 제외하고 모두 미달 사태를 겪었다. 'e편한세상 동탄'과 '신안인스빌 리베라3·4차'도 나란히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운정신도시가 포함된 파주시 역시 미분양으로 고전하고 있다. 공급이 일시에 몰리면서 미분양이 적체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이곳의 분양은 672가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9051가구가 쏟아졌다. 3.3㎡당 평균 분양가도 지난해 672만원에서 올해 2분기 1067만원 △3분기 1091만원 △4분기 1028만원으로 높아졌다.

A 개업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상반기 분양시장은 오랜만에 등장한 새 아파트 영향으로 분양시장은 나름 선전했다"면서도 "하반기에 대단지 물량이 나오면서 다시 미분양이 적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시 분양가도 올해 3.3㎡당 평균 1000만원을 넘어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988만원에서 올 △1분기 1003만원 △2분기 1032만원 △3분기 1122만원 △4분기 1056만원을 기록했다. 

분양 물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지난해 6219가구에 불과했지만 올해 1만4875가구가 새롭게 등장했다. 일부 단지에서 웃돈이 형성되는 등 분위기가 살아나자 건설사들이 한꺼번에 사업을 진행했다. 

B 개업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입지가 떨어지는 사업지에서도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냈다"며 "최근 공급과잉으로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어 분양권 웃돈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3.3㎡당 분양가가 1000만원이 넘어서면 수요자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건설사들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는 지역에서도 고분양가 정책을 이어가면서 미분양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민영아파트 분양은 32만 가구로 계획돼 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 정부의 대출 규제 등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구매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도 올해와 같은 고분양가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내년 주택시장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보다 주택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1분기 분양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사업 전략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