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국·신흥국·산유국 모두 불안 요인... 세계경기 완만한 확장국면, 성장동인 없어
  • 올해 세계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던 작년보다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유가에 신흥국 부채문제, 중국 경제 경착륙 그리고 미국의 긴축 정책 등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3일 주요 해외 투자은행과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와 한국경제성장률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낮을 전망이다.

    작년 세계경제성장률은 3.1%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9년 0%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 활력 줄어들고 하방위험 높아져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16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작년의 3.1%보다 낮은 2.9%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작년 2.6%에서 올해 2.5%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IMF전망치인 3.6%를 밑돌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작년의 3.1% 수준에 머무르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2%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작년 12월 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2%를 하향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1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에 관한 질문에 "대외여건, 생산 등을 고려할 때 지난 10월 전망때에 비해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다소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중에서도 올해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성장률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곳이 적지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SC)와 독일 DZ뱅크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작년과 같은 3.0%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데카방크(작년 2.5%→올해 2.1%)와 모건스탠리(2.4%→2.2%), 다이와(2.5%→2.3%), 씨티그룹(2.5%→2.4%) 등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작년에 비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이 새해 벽두부터 비관적 전망이 확산하는 것은 올해 미국과 중국 등 양대 경제대국의 경제가 작년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작은 데다, 신흥국들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유가, 중국 경제 경착륙, 신흥국 부채 문제 등

    이미 저유가로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 경제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율을 목표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셰일오일 생산 업체들은 회사채를 대거 발행한 뒤 이를 갚지 못하면서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2차·3차 경제적 여파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배럴당 30달러대까지 30% 넘게 하락한 만큼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추가 하락 요인이 더 많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공급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올해 초 이란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이 나라 원유가 시장에 공급된다.

    미국도 최근에 자국산 원유 수출금지를 해제하면서 원유시장 공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여년 간 누렸던 고속성장의 동력을 잃었고 경착륙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올해 GDP 성장률을 6.8%로 예상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은 각각 6.3%, 6.7%로 전망했다.

    중국이 25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급격히 하강하면 신흥국과 선진국이 도미노 타격을 받는다.

    이미 중국에 대한 철광석, 무연탄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신흥국들은 중국 경기 둔화로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들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중국발 경기둔화로 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띠면서 환율은 폭등하고 이에 따른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올해 경제가 작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근거가 거의 없다"며 "작년 경제가 워낙 안 좋았던 탓에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오히려 하방위험이 매우 큰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