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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N타입 형태의 프리미엄 태양광모듈 시장을 방향타로 잡고 정상 정복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제품 기술력 확보에만 집중해왔던 LG전자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경북 구미에 위치한 태양광모듈 생산공장에 1600억원을 투자하며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이를 통해 공장 전체 생산능력을 1기가와트급(GW)으로 키웠다. 1기가와트는 인구 180여만의 도시가 쓸 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이렇게 늘어난 생산설비는 대부분 N타입 형태의 초고효율 태양광모듈 생산할 수 있는 곳에 쓰인다. LG전자가 태양광사업 전략을 N타입으로 확실하게 잡은 셈이다.
태양광모듈은 N타입과 P타입으로 나뉜다. 이는 웨이퍼에 첨가하는 원소의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 N타입 웨이퍼에서 생성되는 전기는 P타입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높다.
다만 생산과정이 까다롭다 보니 현재 시장은 P타입 기반 제품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전문기관 'ITRPV'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8%에 불과했던 N타입 태양광모듈 비중이 2025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효율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앞선 기술력을 품고 있으면서도 제품 양산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시장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경쟁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할 기술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180도 달렸졌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이뤄진 임원인사에서 태양광을 포함한 에너지사업에서 성과를 낸 간부들을 대거 승진시키는 등 전력투구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직접 태양광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까지 단행했다.
앞날은 밝다. 미국발 호재가 LG전자의 이 같은 행보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말 태양광 인센티브 제도를 2022년까지 연장했다. 당초에는 올해 중 일반용 태양광 투자세액 공제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 혜택을 크게 줄일 방침이었지만 미국 연방하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미국은 국내 태양광기업의 최대 수출지역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를 포함한 국내 태양광기업의 수출길이 활짝 열렸다. 공급물량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 한 해 태양광시장 규모는 66G~68GW 수준으로 지난해 57GW보다 10%대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별 태양광 시장규모는 중국이 20GW, 미국이 17GW, 인도가 5GW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끝난 파리 기후협정을 계기로 태양광산업이 호시절을 맞게 됐다"며 "그동안 막대한 투자비를 집어넣고 지난해부터 흑자를 내고 있는 LG전자의 태양광사업 성적표도 새해부터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