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업서 '글로벌 1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게 더 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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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와 TV,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부문에서 모두 세계 1등을 달리고 있지만 실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4분기 매출은 53조원을 올렸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200조3400억원, 영업이익은 26조3700억원으로 추정됐다. 4년 연속 연간 매출 200조원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증권가 안팎의 당초 예상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에 대해 매출은 평균 53조2534억원, 영업이익은 평균 6조5718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해 3분기(7~9월) 실적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약 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 가량 줄어든 규모다.

    그동안 삼성전자 실적에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의 부진이 뼈아팠다. D램 가격이 떨어진데다 시장 수요마저 감소하면서 삼성전자는 텃밭에서조차 재미를 못 봤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한 12조8000억원을 기록하겠지만 영업이익은 11.9%나 빠진 3조2000억원에 머무를 전망이다.

    스마트폰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영업이익이 지난 3분기보다 16.5%나 줄어 2조원 벽을 턱걸이로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도 LCD 업황이 크게 악화되면 3분기 1조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이 5000억원으로 반토막 날 처지에 몰렸다.

    그나마 소비자가전 부문이 위안거리다. 크리스마스와 미국의 대규모 세일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에 힘입어 실적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갖은 경쟁력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든 성적표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2년 세계 D램 시장 1위로 올라선 이후 20년 넘게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TV도 2006년 1위를 달성한 뒤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압도적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스마트폰 시장도 휩쓸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올 3분기 기준 스마트폰과 피처폰을 합친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21.4%로 1위, 애플이 9.6%로 2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애플을 넉넉한 격차로 따돌린 셈이다.

    그럼에도 주력 사업 실적은 모두 가라앉는 분위기다. 한두 곳이 휘청거린다면 처방전을 쓸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계 모든 기업의 실적들이 부진한 만큼 삼성전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사업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기록하는 등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게 더 큰 고민거리"라며 "과다경쟁 늪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수익구조를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