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령 39년 백령도 담당 지도선 지난해 은퇴… 내년에나 대체 투입지방 지도선 77척 중 47척 선령 20년 이상… 평균 45톤 바람 세면 못 띄워해수부 "25년 지나면 교체 방침… 예산 확보가 관건"
  • ▲ '국내 최고령' 백령도 어업지도선.ⓒ연합뉴스
    ▲ '국내 최고령' 백령도 어업지도선.ⓒ연합뉴스

    북한의 잇따른 군사적 도발과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남북 긴장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조업 어선의 안전을 책임질 어업지도선이 낡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 지역은 남북 긴장상황으로 지도선 역할이 더 중요해졌지만, 지도선이 낡아 빠진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선령(배 나이) 20년 이상인 지도선이 적지 않고 원활한 지도·감독을 위해 배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예산 확보가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1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어업지도선은 국가 지도선 34척, 지방자치단체 지도선 77척 등 총 111척이다.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5도 지역은 인천시가 보유한 지방 지도선 9척이 담당한다. 하지만 백령도 인근 지역을 맡는 옹진군 소속 지도선 1척(인천214호)이 노후화로 지난해 11월부터 사실상 현장에서 빠진 채 보충되지 않고 있다. 인천214호는 1977년 건조된 배로 선령이 39년 된 지도선이다.

    문제는 인천시가 보유한 지도선 9척 중 66%인 6척이 선령 20년 이상 된 배라는 점이다. 21년 된 지도선이 3척, 20년 된 배가 2척 등이다.

    어업지도선은 불법어업 지도·단속은 물론 어선 안전조업 지도, 월선·피랍 예방, 조난선박 구조 등 각종 해난사고 예방을 위해 투입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어선 사고 중 엔진 고장으로 말미암은 표류 사고가 적지 않다"며 "백령도, 연평도 인근에서는 조업 특성상 NLL 가까이에서 조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표류 사고로 어선이 월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지도선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남북 긴장상황에서 해수부가 지난 10일 1500톤급 국가 지도선 1척을 서해에 급파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인천시는 인천214호를 대신할 새 지도선을 올해 설계해 내년에 건조·취항한다는 계획이다.

    다시 말해 1년 이상 백령도 주변 어업 지도·단속에 누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인천시 관계자는 "봄 어기부터 연평도 담당 지도선 1척을 백령도로 돌리고 시청이 보유한 지도선을 연평도에 배치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국가 지도선과 해경에 단속 업무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어업지도선 노후화는 비단 인천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서해어업관리단이 운영하는 국가 지도선 34척 중 선령이 20년 이상인 배는 14척으로 전체의 41%에 해당한다.

    지방 지도선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총 77척 가운데 선령 20년 이상 지도선은 61%인 47척에 달한다. 현재 지방 지도선의 평균 선령은 18.6년이다.

    해수부는 선령 25년의 지도선은 은퇴시켜 새 배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낡은 배는 현대화된 어선의 불법어업을 막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을 저해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현재 국가 지도선 중에도 선령 25년 이상인 배가 5척이나 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도선을 제때 교체하고 싶어도 예산이 없으면 못 한다"며 "사업비를 신청하면 기획재정부는 (낡은 지도선을) 1~2년 더 사용하라는 뉘앙스"라고 전했다.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방 지도선을 건조하는 데 국비 비중이 70%다 보니 정부 예산 지원 없이는 교체 사업을 벌이기가 어렵다.

    인천시 관계자는 "기상 특보가 해제돼도 바람이 세게 불면 위험해 지도선을 띄울 수 없다"며 "평균 45톤 규모인 지방 지도선을 100~150톤으로 키우고 척수도 늘릴 필요가 있지만, 사업비 확보가 어렵다 보니 엔진만 교체해 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00톤급 지도선 1척을 건조하는 비용은 80억~100억원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