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위원장 신한금융투자서 계좌개설로 증권업계 힘 실어수익률 진검승부 본격돌입…거물급 모시기보다 전문성 키워야
  • ISA 도입 이후 금융당국과 정치권을 대표하는 이들의 가입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선택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신한금융투자였다. 33개 증권·은행·보험사들이 한정된 파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이 신한금융투자에서 계좌를 개설한 것.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일 오후 2시 경 신한금융투자 본사 영업부를 방문해 ISA계좌를 개설했다. 14일 도입된 ISA를 두고 당국과 금융권이 한마음으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신한금융투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이슈로 볼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임 위원장의 방문이 결정돼 공식적으로 일정이 나온 지난 11일 부터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적극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신한 ISA 일임형 상품에 가입했다. 일임형 판매는 현재 ISA 도입에 대한 증권업계의 '특권'이라는 점에서 증권업계 전체로도 힘이 실린다는 평가다. 은행권은 향후 투자일임업 등록을 마친 뒤 일임형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임 위원장이 신한금융투자를 지목한 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우선 은행보다 증권사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증권사의 전용 상품이었던 투자일임형 영업을 은행이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주며 증권업계의 반발을 산 바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계좌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해 상징성을 부여하며 증권업계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임 위원장은 "은행과 증권사 모두 잘하겠지만 자산운용과 관련해 증권사가 전문적 운용능력이 있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신한금융투자가 주요 증권사 가운데 M&A(인수합병) 등의 이슈에서 자유로운 곳이라는 점도 설득력을 얻는다.


    자기자본 순위 기준으로 신한금융투자보다 상위에 있는 증권사 가운데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은 모두 M&A 과정을 밟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이들 증권사 가운데 어느 한 곳을 방문할 경우 예상 밖의 정치적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 수장의 방문지로 배제됐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는 이미 지난달 29일 도입된 비과세해외주식형펀드 1호 가입자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을 맞은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석훈 의원이 ISA 1호 가입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 자리에 황영기 회장도 함께 방문했다.


    증권업계 1위 NH투자증권과 3위 삼성증권이 배제된 이유로는 거대 NH농협금융지주와 삼성그룹의 영향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의 경우 지주 내 NH농협은행에 14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함께 대전중앙지점을 찾아 ISA계좌를 개설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증권의 경우는 여러 그룹이슈 외에도 초고위험뿐만 아니라 초저위험, 저위험 상품은 만들지 않고 고위험과 중위험 모델포트폴리오(MP)만 선보여 선택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 수장이나 정치권 인사 등의 상징적인 방문과 계좌개설은 일시적 붐업에 그치고 앞으로는 본격적인 수익률 경쟁이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SA 제도 시행에 앞서 전 금융권이 고객 사전유치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일부 금융사는 시행일에 맞춰 준비가 미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판매 창구직원들 역시 상품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며 불완전 판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투자자들은 가입기한이 넉넉한 만큼 ISA에 대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진검승부가 거물급 인사 모시기보다 중요한 유치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