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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3세대 박용만 시대에서 박정원 회장의 4세경영으로 전환됐다. 세대가 바뀐 만큼 박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박 회장이 새로운 4세경영 시대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주)두산의 정기주주총회가 25일 오전 9시 충무아트홀에서 20여분만에 마무리됐다.
상정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재계의 관심은 주총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박정원 (주)두산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 것이다.
두산그룹은 그 동안 지주사인 (주)두산의 이사회 의장이 그룹 회장직을 수행해왔다. 이에 박정원 회장은 공식적으로 두산그룹 회장직에 오르게 됐다. 앞서 박용만 전 회장이 조카인 박정원 회장에게 회장직 승계를 밝히면서 오너가에서는 이미 정리된 수순이다. 오는 28일 취임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회장으로 데뷔하게 된다.
박정원 회장의 감투는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 두산건설 회장, 두산베어스 구단주 등 3개였다. 이번에 이사회 의장이 되면서 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까지 더해졌다.
두산 4세 시대를 이끌게 된 박정원 회장의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쪼그라든 실적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8조9604억원, 영업이익 2646억원, 당기순손실 1조700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7% 줄었고, 영업이익은 73.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박용만 전 회장이 취임했던 2012년에 매출액 23조8500억원, 영업이익 7800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며 초라한 실적이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가 가장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7조2130억원, 영업이익 274억원, 당기순손실 859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2% 줄었고, 영업이익은 94.0%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적자전환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상황도 비슷하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매출액 16조2043억원, 영업이익 621억원, 당기순손실 1조7509억원을 기록했다. 두산건설도 작년에 매출액 1조8054억원, 영업손실 1699억원, 당기순손실 5207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구하기에 나섰다.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 4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대신 상환하기로 했다. 두산건설 회생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두산건설은 레미콘 사업부와 배열회수보일러 사업부 매각 등을 추진하며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어 그나마 박정원 회장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지난 2일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MBK파트너스에 1조130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될 예정이어서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267%에서 203%로 줄어들 전망이다.
자회사인 두산밥캣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기업공개 규모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알짜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액 4조408억원, 영업이익 3856억원의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두산밥캣은 이르면 8월쯤 코스피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5월 오픈 예정인 두산타워 면세점도 신성장동력으로 시장의 관심이 높다. 올해 매출목표는 5000억원, 내년에는 1조원까지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연료전지 사업도 양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연료전지 사업을 시작한지 2년 만에 약 5870억원을 수주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국내기업인 퓨얼셀파워를 합병했고, 미국의 클리어엣지파워도 인수하면서 점차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면세점 사업과 연료전지 사업 모두 박 회장이 핵심 역할을 맡으며 주도했다.
떨어진 신용등급을 올려 자금 조달이 원활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NICE 신용평가는 지난 18일 (주)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시켰다. 두산인프라코어도 'BBB+'에서 'BBB'로 낮아졌다. 두산건설도 'BBB-'에서 'BB+'로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도 (주)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내렸다.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사기가 저하된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강도 높은 희망퇴직으로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소속감이 약화된 것을 하루빨리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등 글로벌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실적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약해진 직원들의 결속력을 다잡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