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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살아 남아야 한다."현대상선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달라졌다. 해운업 불황이 수년 간 계속되면서 회사 재무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됐고 정부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이대로 현대상선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됐던 것이 불과 지난해 말이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개편을 앞두고 있는만큼 '국적선사'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정부의 인식과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등 자구안이 진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국적선사가 살아남아 오히려 초대형 선박 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내년이면 해운동맹 재편이 완료돼 해운업 흐름이 바뀔 것"이라고 현대상선 회생에 힘을 보탰다.
산업은행은 30일 현대상선 살리기에 효자 노릇을 할 현대증권 본입찰 결과도 공개한다.
◇ 채권단, 1조2000억 채무 연장
산업은행을 비롯한 현대상선 채권단이 29일 조건부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현대상선의 채무를 유예하기로 했다.
자율협약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과 체권단 간 경영지원 협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추후 기업실사를 거쳐 회생 가능성을 살펴본 뒤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자율협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현대상선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인 우리 국민, 기업, 하나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기관에 빌린 돈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채권단은 내달 7일 만기되는 회사채 만기를 3개월 연장한 뒤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
이번 자율협약은 이해관계자인 용선주와 사채권자의 동참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으로 이 중 하나라도 협상이 무산될 경우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즉, 용선료 협상이 기대만큼 결과를 내지 못하면 자율협약은 없던 일이 된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채권 1조2000억원에 대한 출자전환 여부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이 이뤄질 경우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낮아져 재무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현대상선의 부채는 은행권에서 빌린 1조2000억원을 제외하고도 3조6000억원 등이 더 있다는 게 문제다. 현대상선이 회생하기 위한 키(key)를 '용선료 협상'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용선료 협상 결과 내달 발표될 듯
현대상선은 해운업계가 호황을 누릴 때 높은 가격으로 배를 빌린 탓에 용선료를 시세보다 6배이상 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컨테이너 용선료 시세는 8000달러인데 현대상선은 5만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대상선이 지난해 선주들에게 지불한 용선료만 2조원에 달한다.
채권단이 현대상선 회생 가능성을 처음부터 높게 본 것은 아니었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지난 2월 "본질적인 해결을 이해당사자들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어렵다"면서 "지금이라도 회사 측에 이해당사자들을 불러 목숨건 (용선료) 협상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후 현대상선은 현재 용선료 수준의 약 20~30%를 인하를 목표로 선주들과 재협상을 벌이고 있다.
해외 선주들을 찾아다니며 구체적인 가격 조정 폭을 좁히고 있다. 선주들 입장에도 현대상선이 자칫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용선료를 못 받을 수도 있고 해운업이 좋지 않아 배를 빌려줄 다른 선사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협상 불씨를 키워나가고 있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 결과를 내놓진 못했으나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 내달 용선료 협상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밖에도 현대증권 지븐, 부산신항 지분을 각각 매각했다.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이 성과를 낼 땐 공모채 만기연장과 같은 추가적인 채무조정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7일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내달 7일 만기인 1200억원 규모의 공모채 3개월 만기가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자율협약 체결 전이고, 용선료 협상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앞으로 협상 내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