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유통업계, 돌아온 유커로 매출 급상승유통업계간 유커 모집 경쟁 치열에 부작용도 발생
-
- ▲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이후 연말까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발길을 멈췄던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아 다시 서울을 찾고 있다.
올해 들어 백화점·면세점·마트 등의 유커 관련 매출은 최소 50% 넘게 뛰며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다.
1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중국인 고객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메르스 발병 전인 작년 1분기 유커 실적보다도 50% 가까이 늘었으니 사상 최고 수준인 셈"이라며 "특히 올해는 서울 소공동 본점 뿐 아니라 송파구 잠실점과 에비뉴엘 롯데월드타워점 등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롯데면세점도 유커들의 발길로 매출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1분기 중국인 매출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53% 급증했다.
이 가운데 단체 매출 증가율은 69.9% 상승했다.
이 기간 500명 이상 대규모 유커 단체만 살펴봐도 ▲ 중국 맥도날드 임직원 신년회 2700명(1월 17~20일) ▲ 베이징·상하이 지역 의료장비회사 인센티브(포상) 관광 1600명(1월 17~20일) ▲ 베이징 현대차그룹 신년 하례회 행사 1000명(2월 18~19일) ▲ 화장품 다단계 업체 메리케이 포상 관광 520명(3월 8~12일) 등이 롯데면세점을 다녀갔다.
여기에 오는 6월까지 약 4만명의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추가로 롯데면세점을 방문할 것으로 예정되면서 매출 증가는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인 개별 자유여행 관광객(FIT) 규모도 커지고 있다.
롯데마트 1분기 중국인 매출은 1년전보다 거의 두 배(98%)로 불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경우 주로 개별 여행객이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으로 유커들은 화장품, 선글라스, 라면 등을 주로 쓸어담고 있다.
특히 유커들의 한국 화장품 사랑은 면세점에서 뚜렷했다.
롯데면세점에서 1분기 중국인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품목도 화장품으로, 무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이상 늘었다.
수 년째 뒷걸음하는 국내 유통업계에 이 같은 유커의 등장은 '구세주'로 작용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한 사례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최근 '단체 유커 손님 가로채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여행사들과 함께 유커 단체 관광객을 모집하기 위해 직접 한류 콘서트를 기획해 방문 예정인 유커들을 '우리 손님'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신라면세점 판촉 담당자가 한 여행사 이사에게 "롯데면세점 콘서트 단체 관광객의 명단을 넘겨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라면세점이 경쟁사가 유치한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을 손쉽게 자기 고객으로 등록하고 실적을 올리려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이 같은 메신저 대화 사실 등을 여행사가 증거로 제시하자, 해당 여행사에 대해 신라면세점은 더 이상 각종 인센티브를 줄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유커 유치가 업체 실적에 워낙 절대적 영향을 미치다보니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들도 일어나는 것"이라며 "유통업계가 수수료 등을 무기로 쉽게 유커를 유치하는 방법을 찾기보다, 유커를 직접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할 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