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발생 5년 만에 대책 마련 나서피해자 유족·시민단체 "진정성 의문…공동 피해 대책 기구 마련해야" 지적
  • ▲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 ⓒ김수경 기자
    ▲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 ⓒ김수경 기자

    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발생 5년 만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피해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피해 보상 대상자 및 피해보상 기준을 검토하는 한편 우선적으로 100억원 규모의 피해 보상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조사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야 뒤늦게 대책을 밝혀 피해가족과 시민단체의 질타를 피하기는 어려웠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한 뒤 이같은 보상 계획을 밝혔다.


  • ▲ 고개 숙인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 ⓒ김수경 기자
    ▲ 고개 숙인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 ⓒ김수경 기자


    김 대표는 먼저 "피해자들에게 가슴 깊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지난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 사태 발생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원인 규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미진한 부분을 인정한다"면서 "더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다는 마음으로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 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피해 보상이 필요한 분들의 선정 기준, 피해보상 기준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피해 보상 재원 마련 등을 준비하겠다"며 "검찰 수사 종결 직후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피해 보상 협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철저하게 확인하고 조치해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우선의 노력과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그간 큰 고통과 슬픔을 겪어 오신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 분들께 많이 늦었지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검찰의 수사 내용을 존중하고 검찰의 판단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며, 어떤 상황이 됐건 적극 협조해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피해 보상 전담 조직 규모나 구성원, 보상 기준과 절차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 ▲ (왼쪽부터)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장최예용 실장,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강찬호 대표, 유족대표 안성우, 이문주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 ⓒ김수경 기자
    ▲ (왼쪽부터)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장최예용 실장,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강찬호 대표, 유족대표 안성우, 이문주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 ⓒ김수경 기자


    이 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유족대표와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5년 넘게 침묵하다 갑자기 오늘 보상안을 발표한 것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눈치를 본 것 같다"면서 "왜 오늘인지, 과연 진정성 있는 사과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강찬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는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롯데마트는 직접 나서서 피해자를 찾고, 옥시와 애경 등 다른 업체와 함께 이번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합동 기구를 만들어 공동 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월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롯데마트의 전·현직 임원 43명을 처벌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 대상에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전·현직 대표이사 10명도 포함됐다. 

    센터 측은 지금까지 피해가 신고된 14가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중 롯데마트 판매상품의 피해자는 총 130명으로 이 중 32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하고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 관계자를 이번 주부터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