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률 협상 성공 시 기사회생 기회 생겨협상 실패 시 법정관리 가능성 커져
  • 4.13 총선 이후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국내 해운업계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그 중 일찌감치 구조조정 반열에 거론된 현대상선은 지난 20일부터 2주간 거래정지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가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이자 안보산업으로 분류되던 해운업이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뉴데일리경제는 현대상선이 오는 5월6일 거래정지가 풀릴 때를 대비해 4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우선 용선료 협상이 잘돼서 다시한번 기사회생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방향과 반대로 협상 결과가 미흡할 경우 법정관리 수순을 초래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될 수도 있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통합 절차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 ▲ ⓒ현대상선 제공
    ▲ ⓒ현대상선 제공

◇용선료 협상 잘돼 자구안 마련되면 다시 기사회생 가능?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용선료 협상이 잘 마무리 돼서 기사회생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는 것이다. 

현재 출자전환 안이 유력하게 떠오른 가운데, 사채권자들의 채무조정과 용선료 인하 협상 성공을 전제로 내걸었다. 용선료 협상만 잘 된다면 다시 검토해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할 경우 출자전환 등 신규자금 투입 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 측은 해외 선주를 찾아다니며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이다.  벌크선 선주 5곳과 컨테이너선 선주 17곳 중 1~2곳을 제외한 선주들로부터 용선료 인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선주들은 파산 직전의 선사가 법정관리라도 가게 되면 선주 입장에선 용선료 계약 자체가 취소되니 쥐꼬리 만큼도 얻어 낼 수 없게 된다. 차라리 용선료 인하를 해주는게 오히려 더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현대상선은 용선료로 1조8792억원을 지불했다. 연매출의 3분의 1 수준이다.현대상선은 해운업 호황기 때 용선료 협상을 해 현재 시세보다 5배 가량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용선료 협상이 잘 돼 현재보다 20~30%만 낮추더라도  현대상선은 매년 2000억원 가량의 비용절감을 할 수 있다.  

◇용선료 협상 실폐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수순 

하지만 어디까지나 용선료 협상이 잘 마무리 됐을때 가능한 얘기다. 용선료 협상에 실패할 경우 현대상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이 잘 안 되면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정부의 추가 지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법정관리로 가면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 동맹에서 빠지게 돼 사실상 퇴출수순을 밟게 된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은 앞서 2013년 말부터 스스로 자구안 마련에 힘써왔다.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증권 등 알짜 계열사와 자산을 차례로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밟아왔던 현대상선은 자체적으로 △자구안 방안 노력 △용선료 재협상 및 회사채 채무 재조정 △자율협약 등 3가지 트랙을 진행해 왔다. 

업계에서는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는 문제만큼은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에 대한 목소리가 솔솔 나오고 있다. 

◇산은 자회사 직행... 용선료 인하 협상 관건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구조조정 최우선 순위로 지목된 현대상선을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감자한 후 산은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 등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해결됐을 때 출자전환하는 방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출자전환이 되면 1대 주주로 되기 때문에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산업은행을 비롯해 채권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채권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6000억원 이상이 산업은행에서 빌려준 돈이다. 채권단은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산업은행이 30% 수준, 채권 금융기관 전체로는 50%를 웃도는 지분율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합병 시나리오는 물건너가...한진해운 자율협약 결정

마지막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과의 합병도 하나의 시나리오다. 정부에서는 국적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구조조정의 거시적인 성과를 내고 몸집을 줄여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도록 유지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런 와중에 이날 한진해운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결정했다. 한진그룹에서 그동안 1조원 이상을 지원해왔지만, 더 이상의 자구 노력은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결국 조양호 회장이 결단을 내리고,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서라도 한진해운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때문에 합병 시나리오는 실현 불가능해졌다.

◇전문가들 "해운산업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봐야"

한편 현대상선에 대한 여러가지 예상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해운산업이야말로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운업이 국가 비상사태시 군수품과 전략물자, 병력 등을 수송할 수 있어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
 
국적선사는 유사시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가 비상사태 발생시 국적선사들은 선박과 선원을 동원해 군수품 및 전략물자, 병력을 수송한다.
 
미국의 경우 비상시 국적 선박을 즉시 동원할 수 있는 해운안보 프로그램(Maritime Security Program)을 운영하면서 국적 선사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역시 50여척의 국가필수선대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한진해운 12척, 현대상선 8척이 '국가필수국제선박'으로 지정된 상태다. 

나아가 해운업은 국내 수출입 화물 운송의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의 100%를 운송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국내 수출입 화물은 해상 운송이 99.7%(8억8960만톤)로 대다수를 책임지고 있다. 원자력발전 연료봉 및 부품, 원유, 연료탄, LNG, 철광석 등과 같은 전략물자 운송은 100%가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해운산업은 전후방으로 조선-철강-보험-금융 등 다양한 산업과 연관되어 있고 그 파급효과가 크다. 현재 해양 및 항만산업 40여개 업종에 52만명의 고용인력과 매출 144조원의 규모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 2개 이상의 국적 선사를 유지해야 한다. 단일 선사에만 의존해서는 긴급하게 발생하게 되는 유사 사태에 대한 리스크를 완벽히 해소시킬 수 없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은 자국 해운업을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해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인식조차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가 안보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국적선사들에게 획기적이고 적시적인 지원과 육성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