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대 1 우습다, 대형사부터 중견사까지 입찰 경쟁 치열계열사 동원, 꼼수 입찰 여전

  • 지난달 LH의 경기 고양시 항동지구 A2블록 토지 입찰에 631개 건설사가 몰렸다. 대형건설사부터 중견사까지 내로라하는 업체는 다 뛰어들어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졌다.

    주택사업이 건설사들의 명줄을 쥔 요즘, 수도권에서 땅을 찾아 헤메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전용 59㎡ 소형 아파트용지는 사업성이 보장된 '황금알'로 불리며 전국의 건설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러다보니 건설사간 경쟁이 과열되며 허울뿐인 계열사가 동원되는 등 '꼼수'가 난발하는 추세다.  

    28일 LH에 따르면 이달 진행된 경기 고양시 항동지구 A2블록 토지 입찰에 631개 건설사가 몰렸다.

    업계에선 향동지구 A2블록의 주인이 어디에 돌아갈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수도권과 인접한 입지에 전용60㎡이하 아파트를 1000가구 가까이 조성할 수 있어 높은 희소가치가 있어서다. 이른바 '로또'의 행운은 중흥건설에 돌아갔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우수한 입지에다가 소형 아파트를 조성할 수 있어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소형아파트를 조성할 수 있는 토지의 희소가치는 커지고 있다. 전용 59㎡는 1∼2인 가구증가로 수요가 증가한 데다가 투자가치로도 관심을 받고 있어서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은행이자대신 월세 수입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특히 건설사들은 3면 발코니 등 다양한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발코니 확장을 통해 실사용 공간을 넓힐 수 있어 소형 아파트의 만족도는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소형 아파트로 이뤄지는 사업지는 미분양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며 "적절한 분양가로 책정되면 수요가 충분한 만큼 계약률은 빠르게 올라간다"고 말했다.

    반대로 중대형으로 조성하는 토지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지난 2월 LH는 전용60∼85㎡의 아파트 총 1019가구를 조성할 수 있는 시흥 목감지구 공동주택용지 B9블록을 분양했다. 당시 304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이는 고양시 항동지구보다 입찰 경쟁률은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이 땅은 호반건설의 계열사 스카이리빙에게 돌아갔다. 호반건설은 시흥 목감지구에서만 3번째 분양 사업을 마무리했다.

    과거 2000년대 중반엔 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았다. 그러다 부동산침체기를 겪으면서 소형 아파트가 주택시장을 이끌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용60㎡이하 아파트 집값 상승률은 8.28%를 기록했다. 이는 전용85㎡초과 아파트의 집값 상승률(4.02%)보다 2배 가까운 수치다.

    김포한강신도시에 2013년 입주한 '김포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2차'는 전용59㎡ 단일면적으로 총 1498가구로 이뤄진다. 현재 이 단지의 3.3㎡당 시세는 1205만원. 단지와 마주한 '한강신도시 롯데캐슬'은 현재 1135만원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 단지는 전용 84~122㎡, 총 1136가구 규모다. 즉 소형 아파트의 3.3㎡당 시세가 높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전용59㎡의 인기는 청약 경쟁률에서도 입증됐다. 삼성물산이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공급한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59㎡A 1순위 경쟁률은 78.14 대1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타입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추후 건설사간 소형 아파트를 조성하는 토지 경쟁률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LH는 공동주택용지 총 121필지 419만2000㎡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전용60㎡이하를 지을 수 있는 토지는 △화성동탄2신도시 C-1,3,4블록 △화성봉담2지구 A5블록 등 총 4필지에 불과하다.

    A건설 관계자는 "택지지구는 준비과정이 많은 도시정비사업과 달리 공사와 분양에만 집중하면 된다"며 "사업진행 속도가 빠른 데다가 리스크 관리가 수월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LH는 지난달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인주택 부지(6만677㎡) 매각에 나섰다. 강북과 강남을 잇는 서울의 중심지로 한남대로와 인접해 있다. 남산·한강은 물론 삼성미술관 리움, 블루스퀘어, 반얀트리클럽, 순천향대학병원, 서울용산국제학교 등의 문화·생활 인프라도 누릴 수 있다.

    이달 진행된 현장설명회에는 국내 10대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견 건설사들이 총 출동했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도 참여해 높은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LH가 공개한 매각 예정가는 6131억원. 그러나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매각가격이 1조원 가까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사들은 빌라 등 소규모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용지에도 기웃거리고 있다.

    중소건설사들은 빌라(다세대·다가구) 등 소규모 주택을 지을 수 있는 택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가 2017년까지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먹거리 비상에 걸린 것이다. 과거 아파트 사업 경험이 있는 건설사도 소규모 주택 분양에 나서고 있다. 월드건설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지하1층 지상5층, 4개동, 40가구 규모 고급빌라 단지 '서리풀 월드메르디앙 레브'를 공급한 바 있다.

    다만 인기 택지지구 입찰에선 몇몇 건설사들이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에 나서고 있다. 단순 추첨으로 주인을 가리기 때문에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많은 계열사를 동원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형건설사는 도시정비사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입지가 검증된 사업을 수주해 지역 랜드마크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추후 인접 지역 재건축·재개발을 수주해 추가적인 일감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B건설 관계자는 "대형사는 택지지구 내에서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대형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성이 우수한 소형 아파트 용지를 입찰 받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